매일신문

[사설] 근거 없이 尹 비방하는 문구 허용한 선관위, 부끄럽지 않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근거 없이 비방한다고 하는 문구를 3·9 대선 현수막·피켓에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후보자에 대한 허위 사실 공표 및 비방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110조의 위반을 허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중앙선관위는 중립적 선거관리를 위한 헌법기관이 아니라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하수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앙선관위가 민주당에 허용한 문구는 이렇다.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들에게 나라를 맡기겠습니까"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무당도 모자라 신천지가 웬 말이냐"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일꾼 vs 술꾼, 여러분 누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등등.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무속 논란을 기정사실화하고 윤 후보가 마치 알코올중독자인 듯 몰아간다.

"살아 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세력"이라는 표현은 윤 후보와 김건희 씨가 소의 가죽을 벗기는 굿판에 연루됐다는 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의혹 제기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 후보 부부는 주최 측에서 일방적으로 연등을 내걸었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윤 후보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김 의원을 고발했다.

김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그야말로 여당 의원 주장일 뿐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이런 문구의 사용을 금지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해당 무속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 이름이 적힌 연등도 발견됐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를 쏙 빼고 윤 후보의 연등만 있었던 것처럼 꾸미려 한다. 그런데도 중앙선관위는 문제없다고 한다.

중앙선관위는 이런 결정을 한 이유로 "후보를 특정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한다. 국민의 수준을 우습게 아는 소리다. 문제의 문구가 윤 후보를 가리킨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특정하지 않아 사용해도 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유치한 결정을 한 중앙선관위원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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