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홍봉희 씨의 아버지 고 홍경황 달서재난안전봉사단장

가족과 이웃 위한 희생·사랑의 뜻 이어받아 베풀며 살겠습니다

지난해 달서재난안전봉사단원들과 봉사활동 중 찍은 사진. 사진 맨 오른쪽이 고 홍경황 씨. 가족 제공.
'지난해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가족과 피서 갔을 때 찍은 사진. 사진 맨 왼쪽이 고 홍경황 씨. 가족 제공.

언제나 너른 품으로 안아주셨던 아버지이자, 항상 매사에 적극적이고 열심이셨던 달서재난안전봉사단 단장님께 자식과 단원들이 안부편지를 보냅니다. 이 곳은 아직 쌀쌀하지만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어떠신가요?

아버지는 지난해 크리스마스날 갑자기 저희들 곁을 홀연히 떠나가셨습니다. 가족들과 봉사단원들, 그리고 아버지와 인연이 있으셨던 모든 분들이 여전히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믿기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많은 분들이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고 문자에 '뭐 이런 스팸 문자도 오나' 생각하셨고, 저 또한 "할아버지가 숨을 안 쉬어"라고 전화한 아들에게 이상한 장난을 친다고 혼을 냈었습니다. 아침 출근길, 주무시는 줄만 알고 방문앞에서 스쳐보고만 나온 순간이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될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아버지는 저희 남매와 손주들에게 항상 너른 품이자 방파제 같은 분이셨습니다. 생전에는 그런 모습을 정말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는데, 떠나가신 뒤 아버지의 그 너른 품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큰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2년전 대구로 처음 이사를 왔을때가 많이 생각납니다. '환영'이라 쓰여진 손자, 손녀를 위해 미리 제작해 놓으신 액자를 들고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셨던 아버지. 낯선지역 낯선환경에 힘들어하던 손주들을 위해 퇴근후 매일 오목을 가르쳐 주시고, 이야기를 들어주시며 항상 함께 해주셨던 아버지. 손주가 다니는 학교까지 연락해 코로나19 방역 봉사를 직접 해주시며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 주셨던 우리 아버지.

지난해 달서재난안전봉사단원들과 봉사활동 중 찍은 사진. 사진 맨 오른쪽이 고 홍경황 씨. 가족 제공.

아버지와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던 봉사단원들도 아버지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봉사단원이었던 다오 반 쌍 씨는 "베트남에서 유학을 와 단장님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었어요. 단장님과 차를 타면서 이야기도 하고, 베트남에 언제 함께가자고 하고, 밥을 먹었냐고 등 대화를 통해 제가 정말 행복했어요. 단장님은 아버지처럼 제게 너무 잘 해 주셨어요"라고 하더군요. 다오 반 쌍 씨도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라셨나 봅니다. 며칠 전만 해도 같이 봉사활동을 했는데 돌아가셨다고 하니 눈물만 나오더래요.

'송곤 이모' 라는분도 "누구보다 솔선수범하셨고 항상 먼저 오셔서 준비 다 마치시고 웃음으로 반겨주신 분"이었다며 "따뜻함으로 함께 나눔의 봉사를 계속 할 줄 알았는데…" 라고 추억하시며 말끝을 흐리시기도 하셨어요.

달서재난안전봉사단 단원들은 단체채팅방을 통해 "끝까지 사랑으로 봉사해 주신 단장님을 생각하며 지역안전과 이웃사랑의 목표로 만드신 단장님의 뜻을 이어받아 열심히 봉사활동을 이어가자"고 비록 몸은 먼 곳에 계시지만 대신 그 곳에서 마음 편하게 쉬시며 응원해달라고 부탁하시네요.

좋은분…. 착한분…. 마지막 유품 정리를 하며 '정말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었다' 또 한번 깨달으며 가슴 한 켠이 아려옵니다. 아버지, 이제는 다 내려놓으시고 좀 더 평안하시길 바랄게요. 가족들에게 그리고 모든 봉사단원들에게 보여주셨던 아버지의 희생과 사랑을 이제 저희들도 베풀며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49재 기간동안 매일 아버지를 모셨던 절에 가 사진을 보며 했던말이 있습니다. "아빠, 아빠가 우리아빠라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빠의 딸이라 많이 행복했습니다. 아빠의 무조건적 사랑 늘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더 그립습니다. 아빠,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주 많이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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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전화: 053-251-1580

▷이메일: lhsskf@imaeil.com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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