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의 판세를 가를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이른바 '떡 줄 사람'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0일 단일화 협상 결렬을 공식 선언하고 대선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아쉬운 쪽'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안 후보와 단일화 논의에 대해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안 후보의 결단을 고대하고 있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의 속이 타들어가는 중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중진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자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안 후보의 독자행보 방침에 한 숨을 돌린 여당마저 24일 대표가 직접 나서 제3지대 정치세력이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정치개혁안을 내놓음에 따라 정치권 전반이 대선 후보 단일화 이슈에 휩쓸리는 분위기다.
안 후보는 24일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를 위한 시간이 모두 지나갔다. 그래서 제가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윤 후보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 했다"고 말했다. '단일화의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안 후보는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긴급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1야당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정치공학적 계산 외에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고 거대양당을 모두 겨냥해 이번 대선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아침 CBS 라디오에 출연해 "더 이상 단일화는 이뤄지기 어렵고 이미 끝난 상태라고 생각한다"며 "윤 후보가 안 후보의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 제안을 받았어야 했다"는 뜻을 나타냈다.
안 후보가 한 발짝 더 멀어지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 단속에 나섰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선거대책본부회의에서 "당 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 하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며 "우리 모두가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 후보와 갈등 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이 대표를 향한 경고였다. 홍준표 전 대표도 전날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이 대표가 좀 심한 것 같다"고 썼고,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CBS 라디오에 출연해 "조금 자제해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내 중진들은 대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당의 대표가 지지율 5%가 넘는 후보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은 여당도 대선 후보 단일화 논의에 합류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다당제 연합정치'를 보장하는 내용의 정치개혁안을 발표했다.
송 대표가 제안한 연동형 비례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은 이른바 제3지대 정치세력이 반길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제3지대와의 선거연대 또는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내놓은 안으로 보고 있다.
송 대표 또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께서 다당제를 강조했고 양당제 기득권제를 비판했다.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나름의 속셈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안 후보 영입을 위한 경쟁이 여당으로까지 확장하면서 정치권의 단일화 국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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