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범식 박사 "한쪽 발가락으로 밥 먹고 글 쓰고 자판 두드렸죠"

1급 지체장애인 이범식, '양팔 없이 품은 세상' 책 내
"희망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 됐으면"

감전사고로 양 팔과 오른쪽 다리(의족을 함)를 잃은 이범식 씨가 자신의 삶을 기록을 담아낸
감전사고로 양 팔과 오른쪽 다리(의족을 함)를 잃은 이범식 씨가 자신의 삶을 기록을 담아낸 '양팔 없이 품은 세상' 을 책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만 기자

"제가 이만큼 다치지 않았더라면 과연 내 인생 자체가 의미가 있었을까요. 장애로 인해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자산이 됐어요. 이 때문에 이제는 오히려 일찍 다쳐서, 많이 다쳐서 고맙다고 말합니다."

22세 때 전기공으로 일하다 감전 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고 1급 지체장애인으로 36년 동안 살아오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이범식(58·매일신문 2021년 2월 17일 자 보도) 씨가 최근 '양팔 없이 품은 세상'(케이원미디어)이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씨는 "중증장애인으로 살아온 저의 삶의 기록이 힘들고 지치고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찾아 다시 출발할 수 있는 작은 용기와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감전사고로 양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의족을 함) 이범식 씨가 자신의 삶을 기록을 담아낸
감전사고로 양 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의족을 함) 이범식 씨가 자신의 삶을 기록을 담아낸 '양팔 없이 품은 세상' 을 책을 보여주고 있다. 김진만 기자

그의 삶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남은 왼발 발가락으로 식사를 하고 글도 쓰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마우스를 사용하는 등 독학으로 '컴퓨터 도사'가 됐다. 컴퓨터와 관련된 회사 취업과 실직, 컴퓨터 판매사업과 파산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했다. 이후 컴퓨터 관련 강사, 컴퓨터 교육장 운영 등 살기 위해 많은 일을 하면서 고통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 씨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 3개를 꼽았다. 첫 번째는 사고로 인한 장애로, 살기 위해 사업, 파산,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인생의 바닥까지 떨어졌다. 두 번째는 2002년 채팅을 통해 김봉덕 씨를 만나 부부가 돼 아내의 헌신적인 희생과 사랑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세 번째는 47세의 늦은 나이에 2013년 대구대학교 산업복지학과 3학년 편입학을 통해 학업에 매진, 2021년 2월 대구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아 자신의 가치를 빛나게 했다.

그는 "양팔과 한쪽 다리가 없다는 것은 단지 그 상황을 힘들게 하는 요소일 뿐 저를 더 강하게 채찍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중증 장애인의 삶 36년 동안 매우 고통스럽고 힘들어 좌절은 했지만 주저앉지 않고 뚜벅뚜벅 목표를 향해 정진했다. 그 힘의 원동력은 어머니와 가족·아내의 헌신에 대한 보답이자 그들을 위한 책임과 헌신이었다"고 글에 적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부터 문경대학 사회복지재활과 겸임교수로 직업 재활과 관련한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통장애인협회 경산시지회장과 한국장애인재활상담협회 이사, 법무부 교정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 복지 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이범식 씨는 "장애인들의 재활은 의존도를 줄이고 자신의 선택지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라면서 "장애인 관련 정책을 다루는 일과 장애인들에게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 장애인들의 일자리 마련을 위한 재활작업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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