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보를 튼튼히 하고 평화 통일의 기반을 다지겠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합니다. 여성은 시민사회와 국가 발전의 당당한 주역입니다. 더 많은 여성이 의사결정의 지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고 제도를 개선하겠습니다. 주택은 재산이 아니라 생활의 인프라입니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는 주거복지정책을 펴 나가겠습니다.
2. 경제민주화를 추진해 가겠습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개개인의 꿈과 끼가 열매를 맺도록 학벌 위주에서 능력 위주로 바꿔 가겠습니다. 힘이 아닌 공정한 법이 실현되는 사회, 사회적 약자에게 법이 정의로운 방패가 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씻어내고 신뢰의 자본을 쌓겠습니다.
3.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튼튼한 안보는 막강한 국방력에서 비롯됩니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합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하겠다고 큰소리치지 않겠습니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대통령들의 취임사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다. 줄여 놓고 보니 전·현직 대통령 3명 중 누구의 취임사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것만 보고 어느 대통령의 취임사인지 구분해 낼 수 있다면 기억력이 비범하거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거나, 특정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뚜렷한 사람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면 눈치가 매우 빠르거나.
취임사 전문을 읽어 보면 어느 대통령인지 분간이 가겠지만 키워드만 뽑아 놓고 보면 다들 흠잡을 데 없이 워낙 옳은 말들만 늘어놓은 데다 안보, 한미동맹, 공정, 경제민주화, 주거복지, 성평등 등을 강조한 덕분에 보수·진보를 구분하기도 쉽잖다. 대통령들이 취임사에서 내세운 약속의 절반만, 아니 통 크게 양보해 10분의 1만이라도 철석같이 지켰다면 국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취임사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순이다. '그럴 줄 알았어'라고 반응하는 사람과 '그럴 리가 없는데'라고 놀라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을지 궁금하다.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거짓말과 사기에 취약한 부류에 속하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은 웬만한 사기꾼의 뱀 같은 혀보다 더 교활하고 치명적이다.
그러다 보니 유능한 대통령감을 찾겠다며 토론을 열심히 듣고 공약집을 꼼꼼히 들춰 보는 수고로움이 무의미해 보인다. 진영 논리에 사로잡힌 나머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기막힌 발상의 전환이라며 찬사를 보낼 판이니 공약이나 취임사는 거추장스럽다.
대통령 선출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국정 운영에 대한 냉철한 비판과 준엄한 심판이다. 세 번째 취임사 중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하고,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는 대목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아프다. 임기 말 대통령의 취임사를 곱씹어 보니 쓴맛만 가득하다. 새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선 안 될 듯하다. 실망만 커질 테니. 다만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갖춘 대통령만큼은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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