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 산불 강풍 타고 확산…한울 원전까지 불씨 날렸다

국가위기경보 '심각' 발령
원전 출력 50% 제한 비상 가동…소방청 대용량 방사포도 투입
12일 마을 4천여명 긴급 대피…헬기 40대·1천여명 진화 투입
文 대통령 "원전 안전에 만전"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가 4일 11시 17분께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289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불진화헬기 43대와 산불진화대원 717명을 투입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당국은 울진 한울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확산 차단제를 사용하는 산림청 초대형 헬기를 긴급 투입했다. 사진은 울진 화재 모습. 독자제공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가 4일 11시 17분께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두천리 289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불진화헬기 43대와 산불진화대원 717명을 투입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당국은 울진 한울원전을 보호하기 위해 산불확산 차단제를 사용하는 산림청 초대형 헬기를 긴급 투입했다. 사진은 울진 화재 모습. 독자제공


경북 울진군 북면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4일 오후까지 큰 규모로 확산했다. 한울원자력본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원전 출력을 50%로 낮추는 등 비상 가동에 들어갔다.

울진군은 산불이 크게 번지자 북면 10개 마을과 죽변면 2개 마을 주민 4천200여 명을 인근 마을회관과 초등학교 등지로 긴급 대피시켰다. 또 산불로 이 일대에 일시 정전이 빚어졌으며 연기가 뒤덮여 일부 교통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날 낮 11시 17분쯤 북면 두천리 도로변에서 시작된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산 정상으로 급속도로 번졌다. 한울원전 울타리 주변까지 불씨가 날아들어 소방과 원전 자체 진화대가 불을 진화했다. 산불 최초 발화 지점과 한울원전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15㎞ 정도다.

산불이 나면서 북면 한국수력원자력 사택에 마련된 사전 투표소가 오후 1시 30분쯤부터 업무가 사실상 중단됐다.

산불로 인해 정전이 된데다 사전 투표소가 자리하고 있는 한수원 정문이 산불로 임시 폐쇄되면서 사전 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사전 투표소에는 종사자 10여 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소방청은 한울원전 요청에 따라 울산119화학구조센터에 배치된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을 지원했다.

대용량 방사포 시스템은 대형 펌프차 26대가 동시에 방수하는 수준인 분당 7만5천ℓ의 소방용수를 최대 130m까지 방수할 수 있다. 수중 펌프를 동원했을 땐 호수·하천·해수를 소방용수로 무제한 이용할 수도 있다.

한울원전에는 한울 1~6호기의 원전이 운영 중이다. 한울원전은 산불이 원전으로 번지는 것에 대비해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울원전 관계자는 "아직까지 산불로 인한 원전 피해는 없는 상태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2시 10분 '산불 3단계'로 격상하고, 전국 소방동원령 1호와 함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해 광역단위 산불 진화 헬기와 인력 등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 동원에 나섰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이 100ha 이상, 평균 풍속 초속 10m 이상일 때 발령된다.

현장에는 소방헬기 40여 대와 각종 소방장비, 진화대원, 공무원과 군인 등 1천여 명이 투입돼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순간 풍속 25m/s가 넘는 강풍이 불고 있어 불길을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한울원전 주변에서 바라본 울진 산불 현장. 독자제공
한울원전 주변에서 바라본 울진 산불 현장. 독자제공

북면 주민들은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무서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울진군은 군민들에게 울진군과 산림당국에서 보내는 재난 방송에 관심을 기울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4일 경북 울진 산불과 관련해 "최우선 목표를 인명피해 방지에 두고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생한 산불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서 조기 진화에 전력을 다하라"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산불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이날 울진 산불과 관련, "산림청장과 소방청장은 지방자치단체, 국방부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활용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 산불 조기 진화에 최선을 다하라"며 "일몰 전까지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이어 "야간산불로 이어질 경우에 대비해 진화 인력과 장비 준비에 철저를 기하고, 진화인력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김 총리는 또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청장, 지자체와 협조해 인근 주민들에게 재난상황을 신속히 전파하고, 주민대피와 등산객 통제 등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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