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장 "이젠 장애인 위해 살고 싶어요"

"9년 전 뇌경색 딛고 일어서"…"33세부터 건축사 일 많은 현장 누벼"
3년 반 동안 병원 생활 지체장애 5급…몸 왼쪽 지금도 불편 등산·골프 즐겨
내 활동으로 희망 얻는다면 최고 행복

손인호 대구장애인골프협회 회장이 화이팅을 외쳐보이고 있다. 이화섭 기자.
손인호 대구장애인골프협회 회장이 화이팅을 외쳐보이고 있다. 이화섭 기자.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타인에게 도움까지 주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깊은 감동을 준다. 한 때 잘 나가던 건축사는 한창 열심히 일해야 할 때 장애를 얻었고, 이 장애를 극복한 뒤부터는 자신의 삶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장애인들을 돕는 데 쓰고 있다. 손인호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장의 이야기다.

손 회장은 지난해 3월 대구시장애인골프협회장에 취임했다.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장애인골프협회가 있는데 그 중 손 회장이 당시 56세로 최연소 회장이었다. 손 회장은 코로나19로 야외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 안에서도 대구시내 장애인 골프 동호회의 친선경기를 열고 장애인체전 대구 대표 선수들의 전지 훈련 등을 지원하며 장애인들이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체장애 5급인 손 회장이 장애를 얻은 지는 9년 전이었다. 당시만 해도 손 회장은 대구 안에서 많은 건설 현장을 누비던 건축사였다. 33살에 건축사 일을 시작한 손 회장은 인정받은 실력으로 대구지역의 많은 건설 프로젝트에 크고 작은 참여를 했다. 그러다가 9년 전 손 회장은 돌연 쓰러졌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거였어요. 당시 이런저런 일도 많았고 해서 많은 스트레스가 쌓여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렇게 3년 반동안 병원에 누워있었죠.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나의 위치가 공포스러워 눈물도 많이 흘렸었습니다. 이런 힘든 상황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준 아내와 자녀들을 생각하며 어떻게든 이겨내보려고 했었습니다."

3년이 넘는 시간동안 병원생활을 한 후 손 회장은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게 된다. 지금도 손 회장은 몸의 왼쪽부분이 불편하다. 젊었을 때부터 좋아하던 등산과 골프를 이제는 할 수 없겠다 생각했지만, 손 회장은 지금 조금 불편할 뿐 두 운동을 즐기고 있다.

"처음에는 주변의 권유로 수영을 시작했어요. 해병대 출신이라 물에서 노는 건 자신있어서 수영 등을 통해 몸을 회복해 나갔죠. 몸이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을 때 '그럼 골프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골프연습장에 나가서 공을 맞추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한 6개월간 노력하다 보니 공이 맞더라고요. 그 때 '된다'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골프까지 가능해진 뒤부터 손 회장은 자신이 살아가는 방향을 '나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돕자'는 쪽으로 잡아나갔다. 장애인과 관련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장애인관련 단체에 임원진을 하면서 독거노인을 위한 위문잔치를 연다거나, 대구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가요제를 열어 노래 잘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실력 발휘의 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봉사활동 하면서 사람들에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큰 희열을 느낀다"는 손 회장은 요즘 사회복지와 관련한 공부도 하고 있다. 건축사이기 때문에 시설 관련한 부분은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제도와 관련한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많다고 느껴서다.

"여러 활동을 하다보면 가끔씩은 내가 장애인이란 사실도 잊고 산다"는 손 회장은 "나의 활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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