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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검수완박' 무엇이 본질인가

사회부 김윤기 기자

사회부 김윤기 기자
사회부 김윤기 기자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검수완박' 법안을 제출해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른바 '6대 범죄'에 대해서 남은 검찰의 수사권을 경찰, 혹은 신설 논의가 이뤄지는 '중대범죄수사청'에 이관해 검찰의 역할과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이례적이게도 미디어를 통해 반대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나섰다. '6대 범죄'의 경우 수사 및 공소가 까다로운 탓에 검찰 수사 역량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고,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검찰의 주장을 재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 권한 남용을 예방할 장치가 없고, 검찰이 제시하는 부작용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 출신인 만큼 검찰의 정치 종속이 심화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영향력 축소에 대한 조직적 반발 행태로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찰의 '검수완박' 반대를 조직 이기주의로 폄하할 수는 없다는 게 법조계와 시민사회의 전반적인 지적이다.

우선 검찰의 수사·기소권 독점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지난해 1차 수사권 조정을 통해 일정 부분 이뤄졌다. 검찰은 이미 '6대 범죄'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간 다른 범죄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나.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 사건 중 3개월 내 수사가 이행된 사건은 56.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재수사를 시작조차 하지 않은 사건은 23%였다.

지난해 연말 대한변협이 회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7%가 수사권 조정 이후 고소장 접수 거부, 취하 종용 등 수사 지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 번 고친 제도가 안착하기도 전에 다시 칼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형사사법체계의 중대 개혁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제도적 준비 없이 진행됐을 때 나타날 부작용이 클 것이란 지적 역시 도처에서 나온다.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에 비교적 호응하고 검찰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였던 민변,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까지 신중한 입법을 주문하고 있다.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을 찬성했던 장애인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도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조악한 누더기 법안"이라고 비판한 것은 새겨볼 부분이다.

특히 여당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기능을 넘겨주겠다는 '중대범죄수사청' 혹은 '특별수사청' 신설은 관련 밑그림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관련 기관이 제 구실을 하기까지 6대 범죄 수사는 '증발'할 것이란 우려를 피할 수 없다.

제출된 '검수완박' 법안의 각론에도 논쟁의 소지가 있다. 민주당이 지난 15일 내놓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미 검찰이 수사하던 사항이라도 지방경찰청으로 넘기도록 하고 있다. 법 시행 이전 사항은 현행법에 근거해 유지하도록 하는 '법률 불소급의 원칙'을 깨는 부분으로 정치적 해석이 불가피하다.

전반적인 상황은 결국 여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검찰 개혁은 정치적 목적에 따른 구호가 아니라 진정성 있게 추진될 때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지난 13일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정치 구호로서의 '검찰 개혁'은 이제 그만 나와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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