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 첫 공개, 이재명·김수남·민주당 의원 등 거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정영학 회계사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오후에 속개되는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인 신문과 함께 이 사건의 결정적 증거로 제출된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이 공개된다. 녹음 파일은 정 회계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대장동 사업의 핵심 증거다. 내용 대부분이 언론에 공개됐으나 공개 재판에서 재생하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관련 정영학 회계사 녹취(녹음 파일)이 29일 법정에서 첫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이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기자,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공판 기일을 진행,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 6개를 재생했다.

이날 재생된 녹음 파일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 고문(녹음된 당시 성남시장)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 그리고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거론됐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 합동 개발로 추진하는 것은 물론, 여기에 참여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또한 각계에 대한 로비 정황도 보인다.

이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던 2012년 9월 7일 정민용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결합개발(대장동 지구와 제1공단을 함께 묶어서 개발하는 것)이 안 되는 걸로 결론이 나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멍청한 공무원들 때문에 뻘짓했다'고 했다더라"고 말했다.

또한 남욱 변호사는 "(성남시)의회가 빨리 개원해 (이재명 시장이 결합개발을 포기하는)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모든 각을 이재명과 유동규 등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을 짜서 진행한 것이라 거기에 더 많은 게 있는 느낌이라고 김만배 대표가 얘기하더라"고도 했다.

아울러 남욱 변호사는 2012년 9월 27일 녹음된 파일에서 "이모 보좌관은 우리 돈을 받은 사람"이라며 한 의원의 이 보좌관이 내부적으로 사업을 도와줄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김만배 전 기자가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2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고, 이에 지목된 의원은 국민의힘을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고소했다.

또 다른 통화에서 남욱 변호사는 "만배 형이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완전 '깐부 사이'이니 걱정 말라더라"고도 말했다. 김수남 전 총장은 2019~20년 소속 로펌을 매개로 화천대유와 고문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어 2013년 3월 5일 녹음된 파일에서 김만배 씨는 "A형(당시 시의원)이 고생했다. 최윤길 의장도. A형을 챙겨줘야 하는 부분이야"라고 말했다.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역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이날 재생된 6개 녹음 파일은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66개 녹음 파일의 일부이다. 즉, 11개 중 1개만 공개됐고, 나머지는 수차례 공판에서 잇따라 재생될 예정이다. 5월 2, 3, 6일 재판에서다.

재판부는 이처럼 분량이 많은 만큼 시간 절약을 위해 다음 공판부터는 1.4배속으로 녹음 파일을 재생키로 했다.

정영학 회계사의 66개 녹음 파일은 2012년부터 2014년, 또 2019년부터 2020년에 김만배 전 기자, 남욱 변호사 등과 주고받은 대화 및 통화를 녹취한 것이다.

정영학 회계사는 자신이 이번 사건에 연관된 것으로 잘못 인식돼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증거를 남기려고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