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쪼개진 가족·사고 후유증·사기피해…열심히 살았는데 라면 살 돈도 없어

군 제대 후 부모님 이혼…홀로 일하며 버텼지만 큰 사고로 9개월 입원
두통·메스꺼움에 마비증세까지…월세 500만원가량 밀려 소송 올 처지

대구의 한 원룸 앞에서 만난 조정수(가명·38) 씨. 머리가 아파 조 씨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대구의 한 원룸 앞에서 만난 조정수(가명·38) 씨. 머리가 아파 조 씨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배주현 기자

"저 정수예요. 잘 지내시죠?"

"미안하다…"

16년 만에 닿은 엄마와의 통화는 단 2분 만에 끝났다. 조정수(가명·38)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을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고, 가족 관계를 알아보던 직원이 엄마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찰나의 망설임 뒤 조 씨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마의 목소리에서 미묘한 떨떠름함이 느껴졌다.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하는 엄마. 조 씨는 전화를 그만 끊고 말았다.

스물 둘, 군대를 제대하고 돌아온 집. 부모님은 이혼했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있었다.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빠도, 엄마도, 하나뿐인 남동생도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한다.

◆홀로 일하며 고군분투

조 씨는 평생 가족을 그리워했다. 남들에겐 "안 보고 싶다"고 했지만 조 씨는 한평생 가족을 쫓았다.

흩어진 가족에 조 씨는 방황할 새도 없었다. 언젠가 다시 모일 가족을 위해 잘 살아내야 했다. 그 길로 울산으로 내려가 중공업 하청업체에 취직했다. 14년을 꼬박 일만 하며 지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상대 차량이 조 씨의 오토바이 옆을 세게 박았다. 크게 다친 조 씨는 9개월을 병원에 입원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이 더 문제였다. 퇴원 후 일에 복귀했지만 잦은 두통에 시달렸다. 속도 메스껍기를 반복하던 차 일을 나갈 수 있는 날도 점차 줄어들었다. 혹시 대구로 가면 우연찮게라도 가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조 씨는 실낱 같은 희망을 안고 2년 전 다시 고향에 돌아왔다.

대구에서의 생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일에 나섰지만 두통과 메스꺼움이 찾아오는 주기가 점차 짧아졌다. 조 씨는 약국에서 사 온 두통약으로 버티고 버텼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면서 가지고 있던 돈까지 몽땅 날아갔다. 대구에서 사귄 친한 형이 온라인 사업을 해보자며 돈을 최대한 대출해오라고 했다. 조 씨는 9천만원을 빌렸지만 형은 그 돈을 들고 도망갔다.

조 씨의 삶의 의지는 강했다. 빈 주머니로 월세를 감당 못하자 자활 쉼터에 들어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쉼터의 도움을 받아 임대주택을 하나 얻고 닭고기 가공 냉동업체에 새로 취직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얼마 못 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그 뒤 곧바로 배달 일에 뛰어들었지만 걷지 못할 정도의 어지러움증이 찾아왔다. 배달 일에도 손을 떼야 했다.

◆심해지는 사고 후유증

조 씨는 이제 몸을 일으킬 힘조차 없다. 게다가 며칠 전 오른손엔 마비증세가 왔다. 병원을 가야 하지만 10분도 채 걷지 못하는 그는 집에서 끝없는 어둠 속을 헤매고 있다.

'제발 살려 달라'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동사무소였다. 다행히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됐지만 월 58만원이 생활비의 전부다. 임대주택 월세가 밀리면서 주거급여는 중단됐고 근로 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뒷받침해 줄 서류도 구비하지 못해 생계급여까지 곧 중단될 위기다. 병원에서 진료받아야 했지만 걷지 못하는 몸에 계속 진료를 미루고 미뤘다. 그런 그는 최근에야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병원을 찾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월 58만원의 생활비 역시 빠듯하다. 부채가 많아 매월 40만원의 돈이 자동 상환이 돼 버려 남은 18만원으로 삶을 연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수도세와 전기세를 내고 나면 수중에 남은 돈은 없다. 조 씨는 라면만 먹고 산 지 오래됐다고 했다. 돈이 없어 배고픈 속을 달래줄 게 라면밖에 없었고 라면마저 살 돈도 없어 사흘을 굶은 적도 많다.

임대주택의 재계약 기간도 훨씬 넘었다. 월세가 500만원가량 밀리면서 곧 소송까지 들어올 처지다.

가족과의 만남을 바라고 대구로 다시 돌아왔지만 그토록 바랐던 따뜻한 가족의 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부모를 원망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조 씨. 당장의 한 끼를 해결할 앞날이 보이지 않지만 하루빨리 제 몸 건사하게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그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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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남편 세상 떠나고 홀로 아프고 어린 자녀 셋 돌보는 최현희 씨에 2,449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아프고 어린 자녀를 돌보는 최현희(매일신문 4월 19일 자 10면) 씨에 2천449만5천5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김진숙 50만원 ▷문심학 25만원 ▷구본욱 10만원 ▷권영재 10만원 ▷김영관 5만원 ▷박상훈 5만원 ▷이진술 5만원 ▷강민주 3만원 ▷신정훈 2만원 ▷신종욱 2만원 ▷조혜란 2만원 ▷최선태 2만원 ▷김경진 1만원 ▷김종식 1만원 ▷박경미 1만원 ▷박미화 1만원 ▷안희정 1만원 ▷이정미 1만원 ▷이순덕 5천원 ▷조철제 5천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범물동김선우' 10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종교 탄압 피해 한국으로 도망 왔지만 어린 자녀가 아픈 지미 씨에 2,056만원 성금

종교 탄압으로 파키스탄에서 한국으로 도망왔지만 어린 자녀가 아파 생활이 힘든 지미(매일신문 4월 26일 자 10면) 씨에 50개 단체의 169명의독자가 2천56만5천67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제일안과병원(이규원)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16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7기 동기회 일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사거리식당(김영숙)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대구시설공단사랑나눔봉사단(박00) 6만1천670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봉산교회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김상태 도경희 각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기범 박철기 송미림 각 20만원 ▷곽용 김범준 김순향 김옥주 박용환 신정숙 윤인숙 이재일 이화정 이현지 조득환 최영조 최영철 최창규 황인 허경희 허정원 각 10만원 ▷김재용 7만원 ▷김한숙 김혜경 남영희 박경영 박정옥 배진경 배호기 백미화 변대석 서정오 서학은 안대용 오소라 윤순영 이경자 이상대 이서은 이종하 이지안 임채숙 전우식 정원수 진국성 최종호 최한태 하경석 허정은 황준승 각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강명숙 권규돈 김경출 김수정 김태상(농협) 김휘 박승호 박종천 송재일 신광련 신승아 유미정 이강준 이병순 이서연 이서현 이석우 이선혜 이종완 이창우 장충길 정종기 최춘희 한명환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강서정 권오영 권태채 김대식 김원홍 김태욱 류휘열 박희숙 서숙영 유귀녀 이수빈 이운호 이해수 조현석 천정창 한정화 허정 각 2만원 ▷김강현 1만1천원 ▷권보형 권영윤 권재현 김삼수 김상근 김상일 김성옥 김아정 김윤희 김은영 김진희 김태상(대구) 김태천 도은희 박애선 박인배 박태용 박홍선 배상영 서철배 우순화 우철규 유승헌 유정자 윤인주 이서영 이명주 이영수 이장자 이재민 이현민 장문희 전다감 전지원 정동일 정종화 정충기 정혜원 조경희 조영민 조영식 조창숙 지호열 최경철 최민준 최호준 각 1만원 ▷김현숙 서제원 이진기 이형준 각 5천원 ▷손희정 3천원 ▷이장윤 2천원 ▷김기만 조규범 각 1천원

▷'칼리야수술잘하고건강' '홍종배베드로' 각 20만원 ▷'곽동일지미' '성모님사랑' '주님사랑' 각 10만원 ▷'재원수진'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낭포성히그로마' '예수님사랑' '지원정원' 각 3만원 ▷'강해만이진주' '석희석주' '지미씨힘내세요송태희' 각 2만원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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