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 느낌 덕분에, 느낌 있다

느끼고 아는 존재: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진화했을까(안토니오 다마지오/ 흐름출판/ 2021)

"잠깐만요~"라고 나는 외친다. 귀스타브 루블레를 향해. 그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소설 '완전한 은둔자'에 나오는 주인공이다. 그는 지금 뇌만 따로 떼어내어 영양액 속에 보존하는 수술을 받으려고 수술대 위에 있다. 나는 그에게 다마지오의 '느끼고 아는 존재'를 읽고 난 후에 수술을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데는 뇌만이 관여하는 것일까. 사유는 뇌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의식은 뇌만이 만들어 내는 것일까. 간혹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말을 듣는다. 감정은 빼라는 뜻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말에도 인간의 이성에 대한 철저한 믿음이 있다. 그렇다면 판단은 이성만으로 하는 것이 최선일까.

"다마지오는 안와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긴 환자를 관찰하면서 감정이 거의 사라진 사람은 생존에 중요한 판단력이 흐려짐을 알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판단력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생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15쪽)

"느낌은 전통적인 생각과는 달리, 몸에 대한 지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몸과 뇌 모두에 대한 지각이 합쳐진 혼합물인 것이다."(26쪽)

다마지오는 몸과 신경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느낌이야말로 생명 유지를 위한 항상성 작용이고, 의식있는 마음을 만들어 내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오늘날 가장 탁월한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인 다마지오는 느낌·감정·의식의 기저를 이루는 뇌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특히 감정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그의 연구는 신경과학·심리학·철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저서는 '데카르트의 오류', '스피노자 뇌', '느낌의 진화' 등이 있다.

이 책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존재에 관하여, 2장 마음과 표상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관하여, 3장 느낌에 관하여, 4장 의식과 앎에 관하여. 특히 4장의 '느낌이 일으키는 진짜 기적'에서 느낌이 소중하게 와닿았다. 느낌이 마음에 제공하는 정보는 동기를 부여하고 우리의 생명을 보호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동안 지나쳐왔던 느낌을 소중하게 다시 바라보게 해줬다. 뇌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우리의 경험과 의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느낌이라는 노학자 다마지오의 친절한 연구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나진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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