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플러스] 코로나19 탓 숨은 HIV 감염인, 빠른 치료 중요

HIV 고위험군은 1년에 한 번 정기 검사해야
꾸준한 치료제 복용으로 HIV 전파 막을 수 있어…'사회적 편견'이 치료 장벽

에이즈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에이즈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이하 HIV)는 에이즈(AIDS)라 불리는 후천성면역결핍증의 발병 원인이다.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인 중 질병이 많이 진행된 면역결핍 상태의 HIV 감염인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HIV 신규 감염인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HIV 신규 신고 건수는 ▷2017년 1천8명 ▷2018년 989명 ▷2019년 1천6명 수준을 이어가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818명, 2021년에는 734명까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HIV 진단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보건소가 코로나19 업무로 마비되면서 신규 감염자가 진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코로나19 탓 줄어든 국내 HIV 감염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최근 10년간(2011~2020) 전국 보건소 HIV 선별검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평균 HIV 선별 검사 건수는 44만3천609건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020년 검사 건수는 17만8천653건으로 지난 10년 연평균 건수보다 59.4% 감소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보건소에서의 진단이 줄면서 신규 감염인 신고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자신이 HIV 고위험군이거나 잘 모르는 파트너와의 성관계 등 감염 위험 행위가 있었다면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바이러스 미검출 시 전파 안 돼

HIV 치료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은 'U(Undetectable, 검출되지 않는)=U(Untransmittable, 전염시킬 수 없는)'이다. 즉 감염인에게서 바이러스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HIV를 억제하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들이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감염인이라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없게 만든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도록 하려면 HIV 감염인은 꾸준히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U=U' 개념에 대한 근거는 이미 많이 쌓여 있다. 'HIV 감염인은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HIV 감염을 이유로 차별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HIV는 오히려 진단이 안 된 사람이 전파 위험이 있는 것이고, 진단을 받고 약을 잘 먹는 사람은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HIV의 치료

전 세계적으로 고강도 항바이러스 요법을 통한 감염 초기의 신속한 치료 개시는 HIV 치료 원칙으로 자리 잡혔다. 미국 국제항바이러스학회(IAS)에서는 대부분의 HIV 감염인에게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항바이러스 요법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과거 HIV 감염인은 항바이러스 효과를 위해 하루에 약을 5~20개 복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타이레놀 크기의 약 한 알로도 HIV 치료와 관리가 가능할 만큼 치료제의 발전이 이뤄졌다.

최근 HIV 치료제로는 '빅타비'(길리어드 사이언스사)와 '도바토'(글락소 스미스클라인사)가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치료제 선택에는 항바이러스 효과 및 안전성이 중요하다. 최근 치료제 중에서는 '빅타비'처럼 큰 고려 사항 없이 비교적 손쉽게 당일 처방이 가능한 약물이 있다"며 "과거에는 HIV 감염인은 진단 후 간, 신장 기능 등 치료제 처방 전 검사가 필요해 시일이 소요됐지만, 최근에는 진단 당일 처방(Same-day treatment)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 진료를 통해 약을 주는 것이 환자에게도 안심이 된다. 약도 예전보다 복용이 쉬워졌고 부작용도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 HIV 치료 장벽 '편견' 없애야

HIV 치료제의 발전에도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은 여전히 치료 장벽으로 남아 있다. 국내에서 HIV 검사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HIV 고위험군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HIV가 처음 발견된 1980~1990년대 당시에는 HIV는 죽을 병이라는 인식이 강해 감염인을 나쁘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김 교수는 "HIV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다. 같은 행위를 했는데 누구는 감염이 안 되었기 때문에 질타를 안 받고, 걸렸기 때문에 질타를 받는 것은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HIV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 이유는 '감염이 두렵다'는 방어 기제 때문이다. 그런데 HIV 감염인과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해도, 그리고 음식을 같이 먹는다고 해도 전파되지 않는다. HIV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려면, 질환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치료제를 복용하는 감염인은 감염 위험이 없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HIV 치료를 B형 간염, C형 간염, 당뇨 치료처럼 인식해야 고위험군이나 감염인이 검사·치료를 망설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사실 담배, 당뇨가 훨씬 더 위험하며, 약을 먹으면 에이즈는 아무것도 아니다. HIV는 사고의 전환을 해서 바라보면 그냥 만성질환이다"며 "당나라로 가던 중 물을 마시고 시원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해골물이었다는 원효대사 이야기처럼 생각하기 나름이다. 감염인을 벌레 보듯이, 외계인 보듯이 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진단과 치료로 감염인 본인의 후유증, 합병증 등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성 파트너 역시 감염 위험을 줄이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움말 김신우 경북대학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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