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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삶을 위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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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 위의 철학자(프랑수아 누델만/ 이미연 옮김/ 2018)

그대의 천국은 어디인가요. 각자가 처한 곳에서 지극히 행복하다면 그곳이 천국일 것이다. 책이거나, 악기이거나, 춤이거나, 수없이 많은 그 무엇. 프랑수아 누델만은 철학교수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다. 저서로는 '이미지의 부재', '사뮈엘 베게트', '장 폴 사르트르' 등이 있고, 국내에서는 '건반 위의 철학자', '철학자의 거짓말'이 번역·출간되었다.

이 책은 1장 직관, 2장 오프비트 피아노, 3장 나는 왜 이렇게 훌륭한 피아니스트인지, 4장 피아노가 나를 어루만진다, 5장 울림 등 다섯 분류의 차례로 구성돼 있다. 음악 안에서 살겠다는 세 철학자의 선언이 어떻게 길을 잃고 헤매는 자신을 발견하는지 엿볼 수 있다.

사르트르는 건반 위의 방랑자다.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혔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내 안에 부두교의 북소리 같은 리듬을 새겨 넣었다. 영혼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즉흥환상곡'은 알 수 없는 과거와 불타는 죽음의 미래를 보여주었다."(45쪽) 악보 안에 다른 시간의 성격을 새기고 싶어 했던 사르트르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길 언제나 소망했다. "재즈는 바나나처럼 그 자리에서 까먹어야 한다"며 레코드판으로는 재즈를 듣지 않았다.

"음악 없는 삶은 오류이다." 니체의 이 문장은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잠언이다. 니체는 귀를 사용해서 철학했다. 자신의 피아노가 최대한 날것 그대로의 소리를 담아 거칠고 크게 울리기를 바랐다. 해석이 필요한 곳에 소리굽쇠를 두드렸고 그 진동음으로 미학적 가치를 가늠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교향시일지도 모른다.

가벼운 세계가 어떤 느낌인지 알고 싶다면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어보라 했다. 롤랑 바르트는 달빛에 홀린 피에로가 되고 싶었다. 바르트는 새로운 사유를 창안하기보다는 범상한 것들의 속성을 궁리하길 좋아했다. "악보에 빼곡하게 그려진 음표 사이를 자신만의 리듬으로 탐험하는 색다른 즐거움."(155쪽) 바르트의 피아노 연주는 철저히 봉쇄된 안전지대와 동반자를 만드는 일이었다.

건반 위의 철학자들은 피아노를 통해 음악 안에서 사색하고 사랑하고 꿈꾸었노라 고백했다. 동반한다는 것은 대상과 한패가 된다는 뜻. 사르트르와 니체, 바르트의 터치 따라 여름날의 긴 여행을 떠나도 좋겠다. 자유의 길에 이끌려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정화섭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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