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帝國)은 무엇인가? 딱 떨어지는 답을 내놓기 힘든 질문이다. 그래서 제국과 '제국이 아닌 국가(들)'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제국인지 실마리가 잡힌다. "제국은 큰 국가 이상의 존재다. 제국은 자신의 고유한 세계 안에서 움직인다. (제국이 아닌) 국가는 다른 국가들과 함께 만든, 그래서 혼자 이용할 수 없는 질서에 편입되어 있다. 이와 달리 제국은 자신을 질서의 창조자이자 보증인으로 여긴다. 이 질서는 궁극적으로 제국에 의존하며, 제국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위협이 되는 무질서의 등장에 맞서 이 질서를 지켜 내야 한다."('제국, 평천하의 논리'·헤어프리트 뮌클러)
이를 미국과 중국에 적용하면 두 국가는 제국이다. 추구하는 가치와 질서가 있고 이를 수호하려 애쓰며 타국(他國)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파·강요한다. 그런데 두 제국이 추구하는 가치와 질서는 상호 배제적(排除的)이다. 공존 불가능하다. 미국의 국제 안보·국방정책 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은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이를 '핵심 가치' '외교정책 방향' 등 10개 범주에 걸쳐 정리했다.
그중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몇 가지 범주만 보면 이렇다. '핵심 가치'에서 미국은 '자유', 중국은 '질서'다. 정부 형태는 미국이 '민주 공화정', 중국은 '권위주의' 정부이다. 외교정책 방향은 미국이 '국제 질서', 중국은 '조화로운 질서'이다.
이런 분류(分類) 특히 '조화로운 질서'는 지금 중국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분명히 말해 준다. 시대착오적 중화주의(中華主義)로 회귀하는 패권(覇權) 추구 국가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난폭한 경제 보복이 보여준 그 흉측한 몰골은 지난 10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더욱 명료하게 드러났다.
중국은 우리에게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불참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사드 '3불(不)'에 더해 '이미 배치된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1한(限)'과 '5개 응당(應當)'-마땅히 해야 할 다섯 가지-을 요구했다. 종주국(宗主國)과 조공국(朝貢國)이라는 과거의 '화이(華夷) 질서'로 회귀·순응(順應)하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문명 충돌론'의 새뮤얼 헌팅턴에 따르면 서구의 자유주의적 신념은 "자유, 평등, 민주주의, 개인주의, 정부를 불신하고, 권위에 반대하며, 견제와 균형을 촉진하고, 인권을 신성히 여긴다". 이는 우리가 추구해 왔고 앞으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반면 많은 아시아 국가에 침습(浸濕)한 가치 체계는 그 대척점(對蹠點)에 있다. 역시 헌팅턴에 따르면 그것은 "권위, 위계, 개인의 권리와 이해의 종속, 합의의 중요성, 대결의 회피, 체면 지키기, 사회에 대한 국가의 우위와 개인에 대한 사회의 우위"를 강조하는 유교적 윤리 체계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도 이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중국과 '문명적'으로 절연했다.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는 중국이 국내는 물론 국가 간의 관계까지 규율(規律)하는 지향점이다. 여기에 '국가 간 평등'은 없다. 중심과 주변이라는 계층적 질서가 있을 뿐이다. '조화로운 질서'가 바로 그것이다. 그 자장(磁場)에서 중립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제국의 속성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 중국과 '문명 충돌'에 직면하고 있다. 외면할 수도, 져서도 안 되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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