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휘발유·경유 가격 내리는데 등유는 고공비행…서민 근심 깊어져

등유, 도시가스 미공급 지역에 난방용으로 쓰여, 서민-농민 가계 위협

지난 6월 말 대구 도심의 한 주유소에 등유가 리터당 1천650원에 판매되고 있다. 두 달이 지난 현재 16~20% 내린 휘발유, 경유 가격에 비해 대구지역 등유 가격은 3% 내린 데 그쳤다. 매일신문 DB
지난 6월 말 대구 도심의 한 주유소에 등유가 리터당 1천650원에 판매되고 있다. 두 달이 지난 현재 16~20% 내린 휘발유, 경유 가격에 비해 대구지역 등유 가격은 3% 내린 데 그쳤다. 매일신문 DB

등유 보일러를 사용하는 김 모씨(70·포항시)는 걱정이 태산이다.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겨울을 대비해 보일러에 등유를 채워야 하지만 가격이 너무 올라서 주저하고 있다. 자칫 올 겨울에는 등유 가격 탓에 냉방에서 지내야 할 처지다. 김 씨는 "겨울에는 등유를 한 달에 한 드럼(200L) 이상 쓰는데 지금대로 라면 한 달 15만원가량이던 난방비가 올 겨울에는 3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근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폭등한 등유 가격은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등유는 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소도시 주택에서 실내 난방용으로 쓰이는데, 이들의 난방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려면 등유 세금 인하 폭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일 한국석유공사가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8월 넷째 주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천743원으로 두 달 전인 6월 마지막 주(2천137원/ℓ) 대비 18% 하락했다. 경유 가격도 리터당 2천158원에서 1천843원으로 14% 내렸다.

같은 기간 대구지역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도 각각 2천107원, 2천128원에서 1천689원, 1천794원으로 20%, 16% 하락했다.

하지만 등유는 이 기간 리터당 1천672원에서 1천619원으로 고작 3% 내렸다. 대구지역 등유 가격도 리터당 1천674원에서 1천621원으로 3% 하락하는 데 그쳤다.

현재 등유 가격은 유가가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난 2020년 12월 첫째 주(800원/ℓ)와 비교하면 두 배 넘게 올랐다. 이 기간 등유 가격 상승세는 휘발유(31%)나 경유(64%) 상승폭을 크게 웃돌았다.

결과적으로 리터당 500원대이던 휘발유 가격과 등유 가격 격차가 100원대 안쪽으로 줄었다.

곱절로 오른 등유 가격은 서민 가계를 위협하고 있다. 겨울철 난방용으로 등유를 리터당 800원대 가격에 200리터를 쓰면 16만원가량이 드는데, 지금 가격으로는 32만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등유 가격이 더디게 내리는 것은 국제유가 추이 때문이다. 최근 두 달 새 국제 휘발유 가격은 25%가량 하락했지만, 국제 등유 가격은 7% 내렸다.

유류세도 영향을 끼쳤다. 등유에 붙는 세금은 이미 2014년부터 법상 최대 인하폭(30%)이 적용되고 있어 세금 인하 혜택을 추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법 개정으로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범위가 30%에서 50%로 확대된 만큼 세금 인하폭을 50%까지 확대해 등유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등유에 붙는 유류세 인하폭을 30%에서 50%로 확대하더라도 추가로 인하되는 세금은 리터당 23원가량에 불과하다.

대구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인하 효과가 미미하더라도 지역 취약계층의 난방비 절약을 위해 등유에 적용되는 세금 인하폭을 최대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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