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문영호(㈜천신CSK 이사) 씨의 경찰 대선배인 고 최중락 총경

"당대 최고의 강력 형사였지만 후배들 살뜰하게 챙겨주는 정 많은 따뜻한 선배"

고 최중락 총경. 문영호 씨 제공.
고 최중락 총경. 문영호 씨 제공.

2008년 10월의 어느 날 전국 최고의 '소매치기 전문수사관'이었던 고 황규인 형사의 1주년을 추모하는 조촐한 행사를 열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대한민국 수사의 전설이었던 '우리들의 영원한 수사반장' 최중락 대선배께서 "준비는 잘 돼가고 있지?"라며 전화를 걸어 왔다. 그는 전국의 강력 흉악범들의 오금을 저리게 했다. 하지만 나와 후배들에게는 자상하고 다정다감하며 살뜰하게 챙겨주는 누구보다 정이 많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선배였다. 당시 80세로 적지 않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추모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후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그는 71년부터 18년 간 방영됐던 TV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의 실제 인물이기도하다. 사명감과 열정, 자부심 하나로 40년 동안 비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사건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청춘을 보냈다. 그야말로 형사 중에 형사였다.

과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었던 샛별 룸살롱 살인 사건과 육일사 전당포 살인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는 등 1천300여명의 범죄꾼을 붙잡았다. 그 가운데 870여명이 강력범이었다. 필자 또한 70년대 인기 TV드라마 '수사반장'을 보며 형사의 꿈을 키웠고 1980년 중반 무도경찰에 합격, 형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다.

특히 '강력흉악범 전문수사관'으로서의 활약상은 국내 1인자라는 명성을 쌓게 했다. 그 중에서도 변사사건을 가장 많이 다뤘다. 그의 손길을 거쳐간 사체만 3천여구에 달한다. 그는 당시 수사관의 최고상인 '포도왕'을 3회나 수상하는 등 120여회의 훈·포장과 표창을 받은 당대 최고의 강력형사였다.

그는 평소 나와 후배들에게 "경찰은 사회적 약자들을 세심하게 보살피고, 사명감과 희생정신을 가지고 시민에게 봉사해야 한다"며 입버릇처럼 말했다. 정년퇴직 후에는 한 보안경비업체에서 오랜 기간 고문으로 일했다. 나는 선배의 사무실에 가끔 들러 안부를 여쭙고 담소를 나눴다. 그때마다 자식뻘 되는 새까만 후배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맞이해주고 헤어질 때에는 엘리베이터까지 나와 잘 가라며 인사말을 건네시곤 했다.

또 현직에 계실 때에도 범죄꾼들에게 굉장히 인간적이었다. 그의 평소 지론은 "범인을 붙잡으려면 치밀한 논리와 추리도 중요하지만, 범인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강압적인 수사보다는 늘 인간적인 수사를 표방하기도 했다.

그것이 "많은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다시 말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의 겸손하고 인간적이며 따뜻한 인품을 웅변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말 대단하고 훌륭한 선배였다.

그런데 선배님께서 돌아가시기 몇 해 전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시간 괜찮으면 집으로 좀 와줄 수 있냐"며 물었다. 나는 열일 제쳐두고 한 걸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있었지만 건강이 많이 쇠약해 있었다. 그게 선배님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다. 정말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선배님. 새까만 후배가 살고 있는 이곳은 무더운 여름인가 싶더니, 애절한 붉은 꽃무릇이 피어나는 10월입니다. 선배님이 계시는 그곳은 어떠하신가요. 날이 갈수록 범죄가 지능화·기동화·광역화·흉포화·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당신이 그립습니다. 선배님. 근심걱정 없는 평화로운 천국에서 편히 쉬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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