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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들려주는 클래식] <10>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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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라흐마니노프
라흐마니노프
서영처 계명대 교수
서영처 계명대 교수

대체로 대가들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에 대해 회의하는 경우가 많다. 시대를 앞서가는 천부적 재능을 당대가 알아주지 못하거나 관객의 요구를 눈치껏 간파한 경쟁자들에게 밀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대의 외면 속에서 가난과 고독에 시달리며 자신과의 내적 투쟁에 자아를 소비하며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1873~1943)도 그러한 시기를 거쳤다. '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는 교향곡 1번을 발표한 후 혹평을 받고 수년간 슬럼프에 빠져 작곡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과 절망의 시간을 견딘 후에야 나온 작품이다.

러시아는 아시아에서 유럽에 걸치는 광활한 대륙과, 온대에서 한대에 이르는 다양한 기후, 러시아계 외의 수많은 소수민족과 그들의 문화를 품은 거대한 나라다. 그에 어울리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은 스케일이 크고 슬라브적인 우수와 깊이 있는 서정을 들려준다. 이 작품은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적인 걸작으로 그가 직접 초연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과 춥고 긴 겨울, 시베리아의 동토와 역사적인 명소가 즐비한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 같은 화려한 도시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그러한 척박한 풍토에서 자연과 싸우며 살아가는 강인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클래식 음악이 추상적이라고 하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하기에 피아니스틱한 효과를 드러내며 장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이 광활하고 거칠수록 예술은 깊어지고 풍요로워지기 마련이다.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하고 견실한 구성과 심금을 울리는 선율은 러시아인이 아니더라도 깊은 감동과 전율을 느낀다. 음악은 몰입한 사람을 무한하게 확대시키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또 '피아노협주곡 2번'이 민족적인 색채를 띠지만 동시에 인류 공동의 보편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조성진, 임윤찬, 선유예권, 손열음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한 신예들 덕분에 한국 관객들은 수준 높은 피아노 음악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이들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도 압권이다. 운전을 하다 보면 라디오에서 '피아노협주곡 2번'이 가끔 흘러나온다. 어느 날 2악장을 듣고 있는데 문득 흘러간 팝송 'All By Myself'(올 바이 마이셀프)가 떠올랐다.

When I was young/ I never needed anyone/ And making love was just for fun/ Those days are gone/ All by my self don't wanna be/ All by my self anyone….

이 노래는 1975년 미국 작곡가이자 가수 에릭 카멘이 낭만성이 넘치는 2악장의 선율을 차용해 젊은이들의 고독과 소외를 표현했다. 라흐마니노프와 달리 가볍고 우울하지만 빌보드 차트 2위에 오래 머물며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피아노협주곡 2번'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곡 중의 하나다. 영화를 비롯한 대중적인 장르에서 가장 많이 빌려가는 곡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서영처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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