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짧은 생을 마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 나흘째를 맞은 31일, 전 국민이 '추모'와 '애도'의 물결에 동참했다.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들의 빈소가 마련된 전국 장례식장과 합동분향소마다 유족들과 시민들의 울음이 끊이지 않았다.
생일을 앞둔 아들, 가장 역할을 한 딸, 군에서 휴가 나온 막내, 취업에 성공해 상경한 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이들과 유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미어지고 먹먹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희생자들은 우리 모두의 가족이자 친구였다.
대구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A(24) 씨와 B(23) 씨의 시신이 이날 오후부터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백합원 장례식장과 동구 대구전문장례식장에 각각 안치됐다.
A씨가 안치된 대구전문장례식장에는 오후 1시쯤 유족들이 도착하면서 눈물바다가 됐다. A씨의 어머니는 딸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함께 있던 친척 역시 조문객을 안내하다가도 금세 눈물을 흘렸다. 빈소에 모인 조문객들 역시 아무 말도 못 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지인들은 사망 소식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아직도 A씨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며 흐느꼈다. 친구(23)는 "하필 날씨가 좋을 때 떠났다. 고민 걱정 없이 잘 쉬었으면 좋겠다"며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울다가도 생전 함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허탈하게 웃기를 반복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실감이 안 난다. 친구와 다시 곧 연락이 닿을 것만 같아 더 슬프다"고 전했다.
같은 날 B씨의 빈소가 마련된 계명대 동산병원 백합원 장례식장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후 5시가 넘자 B씨의 친척들이 빈소를 찾았다. 담담한 표정을 유지하던 유족들은 그제야 참은 울음을 터뜨리는 듯 빈소에는 통곡 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족에 따르면 B씨는 당시 친구와 이태원을 찾았고 홀로 군중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고모부는 "군중 속에서 빠져나온 친구들이 조카 핸드폰으로 가족들에게 실종 사실을 알렸다"며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부모님 본다고 대구로 내려오던 착한 조카였다"고 했다.

경북 희생자 3명의 사연도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안동 출신 C씨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동생과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동생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40대 울진 군민은 거래처 방문 때문에 이태원에 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김천에서 서울 명문대에 합격해 상경했다가 이번 참사로 숨진 D씨의 누나는 "가족들에게 착한 아들, 동생이었고 누가 봐도 정말 착한 아이였다"며 "왜 그곳에 갔는지 알 수가 없고, 아직도 이런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대구경북 등 전국 곳곳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31일 오후 4시,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안병근올림픽유도기념관에 차려진 합동분향소에는 적막하고 무거운 공기가 맴돌았다. 참사 희생자들과 연령대가 비슷한 20, 30대와 그 부모 세대뻘인 50, 60대들이 이곳을 찾았다. 조화와 향로, 촛불 등이 놓인 합동분향소는 차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추모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침통한 표정으로 헌화 및 분향을 마친 시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합동분향소를 홀로 찾아 분향한 60대 여성은 "서울에 30대 초반 아들 둘이 살고 있다. 사고 소식을 들은 이후에도 아들들 전화 연결이 안 돼 속을 태운 입장에서 유족들의 심정은 어떨지 안타까울 뿐이다. 젊은이들의 목숨이 너무 아깝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래들이 당한 참사에 모른 척할 수 없었다는 20대 여성 홍모 씨 역시 헌화 후 눈물을 떨궜다. 홍 씨는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데 유족들 심정을 상상할 수도 없다. 다른 사람들도 우선 유족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언급을 조심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른 20대 여성 박모(26·북구 구암동) 씨는 "같이 이번 핼러윈에 분장하고 거리에 나갔던 사람으로서 너무 안타깝고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졌다"며 "뉴스로 보던 장면들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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