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참사' 대통령 첫 지시보다, 서울경찰청장이 늦게 알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총체적 부실 대응
행안부 33분 지난 뒤에야 알아…서울 용산서장 1시간 20분 후 첫보고
경찰 보고·지휘 체계 엉망진창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결국 경찰의 초기 대응 실패와 주무부처의 지휘체계 붕괴에 따른 인재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참사 전 112신고 초기 대응뿐 아니라 참사 후 행정안전부, 경찰청 보고·지휘 체계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새롭게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별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이 2일 서울경찰청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강제 수사에 나섰지만 '독립 수사'가 이뤄질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2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6분쯤 자택에서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의 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고 소식을 처음 접했다. 오후 10시 15분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 21분이 지나 첫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김 청장은 택시를 타고 자정쯤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보다 늦은 30일 오전 0시 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 전화로 첫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신고 후 1시간 59분이 지나서야 최초 보고를 받은 것이다.

초동 대처 부실 지적에 경찰청은 이날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경찰청은 "정상적 업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대기발령하고, 금일 중 후임자를 발령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서장은 사고 직후인 오후 10시 17분 현장에 도착하고도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첫 보고를 했다.

재난안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참사 33분이 지나서야 소식을 접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 최초로 사고가 전파된 시간은 오후 10시 48분이다. 이상민 장관은 11시 19분쯤 첫 보고를 받았다. 사고 후 한 시간가량 지난 뒤였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행안부 상황실에서 접수하고 차관, 장관까지 보고할 사안인지는 상황실장이 판단해 조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보고 절차와 현장 판단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해달라는 기자단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은 사고 발생 38분 뒤인 밤 10시 53분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사고 소식을 통보받았다. 국정상황실장은 11시 1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윤 대통령은 11시 21분 첫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첫 지시는 11시 29분 대변인실로 전달돼 11시 36분 언론에 배포됐다.

윤 대통령이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앞서 전날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압사 관련 112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은 첫 압사자가 나오기 전까지 4시간가량 시민들로부터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현장통제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참사 4분 전 접수된 마지막 신고에는 시민들의 비명까지 담겼다.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시민들의 호소를 마지막까지 외면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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