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폐소생술, 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1천명 가운데 가슴압박할 수 있는 사람 573명, 인공호흡은 315명에 불과
방법 알더라도 "갈비뼈 손상 등 해 끼칠까봐" 주저하는 이들도

서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술(CPR) 등 안전교육이 중요시 되고 있는 가운데 1일 대구 달서구 성지초등학교 안전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서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심폐소생술(CPR) 등 안전교육이 중요시 되고 있는 가운데 1일 대구 달서구 성지초등학교 안전체험교실에서 학생들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태원 참사로 심폐소생술(CPR)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지만 응급처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한편, 2차 피해를 우려로 응급상황에 나서지 않는 이들의 인식도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소방청에 따르면 심폐소생술은 호흡과 심장박동이 멈췄을 때 흉부를 압박해 심장이 혈액을 순환시키도록 하는 응급처치법을 말한다. 통상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4분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정지 발생 이후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이 50% 이하로 떨어진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압사 현장에서도 "심폐소생술을 도와달라"는 구조 요청에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몰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도 많았다.

대한심폐소생협회의 '2019년 대국민 심폐소생술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1천명 가운데 573명만이 가슴압박을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인공호흡을 할 수 있는 사람은 315명에 불과했다. 응급처치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대학생 김모(22) 씨는 "가슴을 압박해야 한다는 정도까지는 알지만 어느 지점에 어떤 강도로 눌러야 하는지 몰랐다"며 "이번 이태원 사고 현장에 있었더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것 같은데 정확한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선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후환이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한다는 이들도 있다. 군대를 다녀온 직장인 최승익(29) 씨는 "가슴 압박은 체중을 실어 위에서 세게 눌러야 하는데 환자의 뼈가 부러질 수 있다"며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 잘못돼서 법적으로 문제까지 되면 어떡하나'라는 걱정도 된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고령화와 식생활 변화 등으로 늘어나는 심정지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반복 교육과 적극적인 응급구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7년 2만9천262명이었던 심정지 환자는 2019년 3만782명, 지난해 3만3천245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김정호 영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구에선 매달 100여명씩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교육 자료들이 많이 있으니 자발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가슴을 강하게 누르더라도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 방법을 알면 가슴이라도 압박하는 게 사람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술(CPR) 어떻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기 위해선 양 손바닥을 겹친 뒤 환자 가슴의 흉골 아래 중심부를 강하게 규칙적으로 압박해야 한다. 가슴 압박의 깊이는 약 5cm로 분당 100~120회 수준으로 반복해야 한다. 인공호흡이 가능한 경우엔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각각 30회, 2회씩 번갈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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