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치는 소리가 우르르 쾅쾅 들렸다."
6일 가족들을 통한 전화 인터뷰에서 생환 광부 박정하 씨는 "지하 205m에서 채굴을 하던 중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토사가 2시간 정도 쏟아져 밖으로 나갈 길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갇혔지만,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 고립된 동료와 함께 탈출로를 찾아 헤맸고 곡괭이 두 개로 사흘 동안 10m를 파고들어갔지만, 철근 등에 막혀 포기하기도 했다. 고립된 시간 동안 박씨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칠흑 같은 어둠과 추위, 그리고 배고픔이었다.
그는 "갱도 내부에는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도 작업하다 보면 옷이 다 젖는다"며 "이 때문에 평소 쉬는 시간에는 옷도 말리고 체력도 보충하는데 며칠 전 가져다 놓은 비닐과 나무, 산소절단기, 믹스커피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박 씨는 전기가 끊겨 난로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터널 내부에서 체온을 유지하고자 비닐로 천막을 치고, 산소절단기로 젖은 나무를 말려 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고 한다. 또 커피포트의 스테인리스 부분을 뜯어내 물을 끓이고 남은 커피믹스를 나눠 먹으며 버텼다는 것이다.
박 씨는 "첫날에는 빨리 구조될 줄 알고 (커피믹스)두 개를 타 먹었는데, 먹으면서 '이게 오늘 우리 저녁밥이다, 저녁밥 먹자'하며 먹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커피믹스도 바닥나고 체력마저 점점 떨어져 힘든 상황이 왔다"고 했다.
이런 그들에게 희망이 돼 준 것은 지난달 31일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발파소리였다.
그는 "발파소리를 듣고 소리도 질러보고 랜턴으로 비춰보기도 했는데 못 듣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원래 있던 작업장으로 돌아가 비닐로 움막도 치고 했는데 밤에 추위가 너무 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껴둔 비품이 바닥나고, 체력마저 떨어지자 희망은 점점 사라져 갔다.
박 씨는 "모든 게 다 떨어지기 시작했다. 땔감 나무도 몇 토막 남지 않았고 산소 절단기 연료는 진즉에 떨어졌다"며 "나중에는 라이터에 가스까지 없어지니 더욱 막막했다"고 참담했던 당시 모습을 전했다.
모든 것을 포기해야 고민하던 시기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벽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동료 직원이 달려온 것이다.
형님 하면서 달려온 동료 직원과 박씨는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부족한 기력 탓에 그 자리에서 물에 털썩 주저 앉기도 했지만 "꺼져가던 촛불이 살아난 기분이었다"고 당시 소감을 이야기했다.
박 씨는 현재 건강을 차츰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독한 추위와 어둠 속에서 221시간의 사투 끝에 생환한 그는 앞으로 다른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 씨는 "이제는 광산 기술자를 구하기도 어렵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배우려고 하지 않는 상황인데 그렇다 보니 현재 광산 일을 하는 사람들의 대우가 너무 좋지 못하다"며 "앞으로 이런 문제를 개선해나가는데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고 현재 일하는 광부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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