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중·고 예산을 대학에 나누는 특별회계…초·중등과 고등 교육계 희비 엇갈려

정부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 11조2천억원 신설
초·중등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3조원을 대학으로
대학 측 "첨단산업 등 대학 혁신을 위해선 재정 투자 확대 절실"
초·중등 교육계 "학부모 등 현장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에 반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네 번째부터)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뒤 발언하고 있다. 공대위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 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0곳의 단체가 제안했고 서울 교사노조 등 122곳의 교원과 학부모, 시민 단체가 참여해 구성됐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왼쪽 네 번째부터)과 지방 교육재정 교육감 특위 위원장인 김지철 충남 교육감을 비롯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한 뒤 발언하고 있다. 공대위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 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0곳의 단체가 제안했고 서울 교사노조 등 122곳의 교원과 학부모, 시민 단체가 참여해 구성됐다. 연합뉴스

정부가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 사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기로 하면서 교육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학 측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유·초·중·고 예산을 대학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반기는 반면, 유·초·중등 교육계는 기초학력 보장과 노후시설 개선 등 미래 교육에 투자할 재정을 깎는 것은 섣부른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별회계 신설…대학은 '환영'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 11조2천억 원 규모의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 내 대학 경쟁력 강화 관련 사업비 중 8조원과 교육세 3조원을 특별회계로 넘길 방침이다.

정부가 이번 특별회계를 통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쓰이던 교육세 일부를 고등교육 재원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고등교육계와 초등교육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학 등 고등교육계는 특별회계 신설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내년 특별회계가 도입되면 2023년 고등교육 예산은 지난 8월 발표한 정부 예산안(12조1천억원)보다 늘어난 15조3천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 등으로 재정난을 겪으며, 정부 지원을 요구해왔다. 실제 2019년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만1천287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0위에 그쳤고, OECD 평균 1만7천559달러의 64.3% 수준에 불과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비율 역시 2019년 기준 0.6%로, OECD 평균인 0.9%보다 낮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 홍원화 경북대 총장은 "이번 특별회계 편성을 바탕으로 대학 등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길 기대한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시대에 맞춰 대학의 혁신과 변화를 위해선 특별회계 등 재원 확충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가 논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재정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초·중등 교육계 "미래 교육 투자 위축" 우려

반면, 유·초·중등 교육계에선 특별회계 신설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초·중·고 교육에 쓰이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77조3천억원에서 3조원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한 교육감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이날 "유‧초‧중등 학부모와 교육감들의 의견 수렴 없이 추진되는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 법안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위는 "학생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학교생활을 보장하려면 향후 3년간 약 62조원의 미래 교육 투자가 필요하다"며 "유·초·중등 예산을 떼어내 고등교육과 나누는 방식은 우리나라 교육 전체를 퇴보시킬 수 있는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교육감협의회가 132개 교육·시민단체와 구성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교육재정 개편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공대위는 지난달 24일부터 진행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축소 반대 서명운동에 약 1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국가 재정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한 고등교육의 재원을 조정할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향후 국세가 줄어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또한 감소해 교육복지 확대와 미래형 교육과정 운영, 학교 환경개선 등 신규 교육수요에 대비할 재원이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교육 활동 지원을 담보하기 위한 대비책이 동시에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장은 "유·초·중·고 교육에 써야 할 예산도 빠듯하고 대학·평생교육에 쓰일 재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고등교육 재정교부금 예산을 따로 편성해 지원해야 한다. 현재 과밀학급, 노후된 학교 건물의 문제가 시급한데 교부금을 이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관건은 국회 논의 절차다. 특별회계 신설을 위해선 근거법인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안',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 등 3개 법안이 모두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9월에 발의된 이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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