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8일. 이상길 엑스코(EXCO) 대표이사 사장이 ㈜엑스코의 경영 책임자로 취임한 지 100일 되는 날이다.
1991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반평생 '관료'라는 옷을 입고 살아온 그가 '기업인'이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 나아갈 길이 궁금했다. 2020년 초 그가 정치활동을 했던지라 혹여 여전히 정치적 꿈을 꾸고 있지 않을지.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경영인으로서 성공한 기업인, 경제인으로 자리 매김이 우선입니다."
-엑스코와 특별한 인연이 있으시다.
▶엑스코 설립이 공무원 입문 1호 프로젝트였다. 1994년 전시장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우여곡절 속에 지방 최초로 주식회사 형태 전시컨벤션 운영 방식을 채택했다. 엑스코 변화 과정에 항상 자리를 같이 해왔다.
-그런데 이제 사장이 됐다. '엑스코는 나의 운명'인가?
▶사실 엑스코를 설립하면서 전시컨벤션을 접했다. 당시 외국 전시장을 둘러보고 자료를 수집하고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전시컨벤션에 대해 이해하는 기회를 가졌다. 엑스코를 경영한다는 것을 상상도 못해봤지만 현 상황을 굳이 설명한다면 '시절인연'(時節因緣)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서울시는 코엑스와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199만㎡에 달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마이스 산업 중심으로 개발하는 국제교류복합지구 구상을 하고 있다. 현실화되면 강남과 잠실에 13만 스퀘어미터(SQM, 전시 공간을 이루는 부스의 규격 단위) 전시장이 건립된다. 여기에 고양 킨텍스는 2025년이면 확장 공사를 마치고 18만 SQM 전시장이 완성된다. 부산 벡스코도 큰 규모의 전시장이다. 엑스코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며, 어떠한 경쟁력이 있나?
▶글로벌 전시로 가려면 공항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개항하기 전까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 이 문제인데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UAM), ABB(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대구시 산업정책과 연계해 그 전시회를 우리만의 특화 전시로 가꾸어 나가는 수밖에 없다. 대구 전략산업이 부산과 다르고 경기도 고양시와도 다르다.
단순히 '○○ 산업전'이 아니라 '대구를 가야지 이걸 볼 수 있대'라고 전략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가령 삼성전자가 최신형 갤럭시 스마트폰을 서울 코엑스에서 공개했다. 그러면 '갤럭시에 들어간 최신 광학 기술이 보고 싶으면 대구로 가야 한다'는 공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난달 엑스코가 전국 최초 메타버스 전시컨벤션센터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마이스와 메타버스를 어떻게 결합하나?
▶통상 전시회는 물리적 이유로 3일만 진행한다. 이 3일 간 전시하는 내용물을 우리가 그대로 가상세계 전시장을 만들어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전시회 기간이 지나도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찾아오고 엑스코가 업체와 연결해주는, 그러니까 전시가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날 수 있다.

-마이스의 낙수 효과라고 할 수 있는 집객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맞다. 그럼에도 트렌드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기존 전통적인 구조에서 디지털 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을 이르는 말)에 가 있는데 하지 않을 수 없다. 대신 모든 것을 메타버스 전시로 구현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우리가 역량이 되는 것만 선별적으로 하려고 한다. 특히 UAM 등 대구 미래 신산업 중에서 시도하려는 생각이다. 그게 대구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집객효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엑스코는 사람이 몰리는데 유통단지로 미치지는 않는다.
▶전시컨벤션이 있으면 각지에서 사람이 모여들고, 지역 사회에 돈을 쓰게 하는 것이 마이스 산업의 효과다. 엑스코가 유통단지의 앵커 시설이기에 그 문제로 계속 고민하고 있다.
지금 상황은 시골 5일장과 같다. 왔다가 볼일 보고 가버린다. 평소에 유입할 수 있는 유인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유인책을 엑스코 안에서는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데 바깥은 대구시와 북구청이 도와줘야 한다. 그래서 엑스코가 나서서 주변 경관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 명소화 사업' 1단계로 야외광장에 조명과 조형물을 설치해 엑스코 일대를 걷기 좋은 거리로 조성 중이다. 밤에는 버스킹도 할 거다. 내년에는 엑스코 건물 외벽에 초대형 콘텐츠 영상을 구현하는 미디어 파사드, 수직 벽면녹화, 가로수 수종 교체로 포토존을 만들 계획이다.
시에는 주변 경관을 바꾸는 용역을 부탁했다. 대불공원 등 엑스코 주변이 바뀌면 유통단지에도 도움이 될 거다. 평소에 엑스코를 중심으로 인구가 유입되면 커피를 마시고 그다음에 주변에 매장이 있으면 물건도 사지 않겠나.
-외적인 것 외에 내부적으로는 경영 방침이 어떤지 궁금하다.
▶원칙은 '새로운 도약'이다.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전시컨벤션센터로 거듭나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게 목표다.
사장으로 와 보니 폐쇄회로(CC)TV가 15년 전 시설이라 사람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등 관제가 되지 않더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왜 바꾸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적자 날까 봐 하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안전한 전시컨벤션센터라는 믿음이 있어야 전시가, 사람이 찾는다.
VIP 라운지도 의자 가죽이 다 찢어져서 스펀지가 튀어나오더라. 대구를 찾은 VIP들에게 그런 데서 행사 전까지 차 한 잔 마시라고 하면 대구와 엑스코 이미지가 어떻겠나. 이것도 돈 들어간다고 손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흑자 내는 것은 가식적인 흑자다. 그런 흑자를 내고 싶지 않다.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기반을 갖춘다는 것은 '내가 지금 흑자를 좀 내어야겠다'고 투자해야 할 시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엑스코가 경쟁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지출은 아깝지 않다.
엑스코는 2025년 설립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 성숙해야할 중요한 시기이다. 공직생활의 처음부터 함께했던 엑스코가 글로벌 전시컨벤션센터로 완성되고, 대구 미래 50년을 위한 변화의 중심에서 '글로벌 대구' 건설에 앞장서고 싶다.

■마이스 산업=MICE는 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Exhibition&Event)의 영어 머리글자를 딴 용어. 대규모 국제회의나 전시회가 관광과 어우러진 산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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