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매일신춘문예 심사평] 수필

생명·환경 사랑하는 마음 점층적 서술

장호병 수필가
장호병 수필가

신춘문예 수필부문 응모 작품은 509편이었다. 매년 60세 이상 시니어들의 응모가 대세를 이루었으나 이번에는 3, 40대가 두드러지게 많았다. 다수의 20대 심지어는 10대 응모자도 눈에 띄었다. 그만큼 실험적이자 신선한 목소리가 많았다. 수필계의 앞날을 위해서는 여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응모작가들의 지역 및 세대 분포 또한 비교적 고르다는 점에서 매일신문 신춘문예의 권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응모자들은 좋은 글의 조건 3T, Theme(주제) Target(대상) Timing(시의성)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사실 전달에 그쳐 문학성은 떨어지지만 삶의 내공을 잘 묘사하여 인생의 향기를 드높이는 가슴 따듯한 작품이 많았다. 절차탁마의 정신으로 의미화나 형상화를 위해 노력한 작품도 많이 보였다. 그러나 도식적인 전개로 신선함이 결여되어 아쉬웠다.

최종심 저울질에 오른 작품은 3편이었다.

'세상 모든 비어른에게'는 고뇌에 찬 27세 청년의 작품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어른으로 살지 못하는 아픈 아이'로 남겨지는 현실에 대한 제언이다. 위안을 주고받아야 한다는 우리 시대의 당위성 도출이 시선을 끌었다. 문학적 장치가 부족하고 동봉작품들과의 차이가 흠이었으나 가능성을 눈여겨보았다.

'생전 장례식'은 문장 전개와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함이 시선을 붙들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30여 년 섬 주민들의 임종 간호를 통해 수많은 죽음과 장례식을 지켜본 작가에게 친구 아버지의 생전 장례식은 생소하지만 감사와 용서를 나누는 기회이기에 신선하였다. 신춘문예가 새해 벽두라는 타이밍에서 아쉬웠다.

허창옥 수필가
허창옥 수필가

최종 당선작으로 '종(種)을 사랑하는 법'을 뽑는 데 이견이 없었다.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메시지가 분명하고 문장 전개가 자연스럽다. 타자들은 안중에도 없이 나만 생각하는 탐욕의 시대에 생명을 사랑하고 환경을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점층적으로 서술하여 감동을 더하였다.

당선자에게는 험난한 문학의 길에서 정진을 주문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선외의 분들에게는 다음을 기약하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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