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달서구 한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교사 A(39) 씨는 교권보호위원회에서 교권침해 인정을 받고 공무상 요양으로 내년 2월 말까지 병가를 냈다. 지난 7월 반 학생이 학부모에게 "선생님이 확인서를 안 가져오면 징계를 내린다"고 잘못 전했고, 학부모가 이를 두고 정서적 아동학대로 A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시교육청 조사에서 A씨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고, 경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를 받았지만, 학부모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학부모는 "우리 아이에 대한 생활지도가 냉소적"이라며 A씨를 상대로 계속 민원을 제기했고, 무혐의 처분에 항고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A씨는 혐의를 벗었지만 조사와 민원 등으로 생긴 마음의 상처를 쉽게 지울 수 없었다.
#대구 수성구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 교사 B(41) 씨는 최근 교육활동 침해를 당했지만 오히려 학부모에게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했다.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들에게 장난을 치고, 제지하면 책상과 바닥을 내리치는 학생이 있었다. B씨는 장난을 막고자 이 학생의 책상을 옆으로 돌렸는데, 이에 학부모가 "아이에게 무안을 줬다"며 신고한 것. 현재 B씨는 개인 병가를 내고 교권보호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 추락에 대응하고자 교육부는 중대한 교권침해를 저지른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관련 기록을 남기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교육계에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급증하는 교권 침해…'학생부 기재' 대응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교권보호위원회 접수 및 조치결과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천89건이었던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지난해 2천109건으로 93.7% 증가했다. 대구에서도 같은 기간 교권침해 건수가 74건에서 115건으로 55.4% 늘었다.
이에 교육부는 이날 교육활동 침해로 '중대한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생기부에 기재한다는 내용의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교육부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생기부에 기재할 교권침해 조치 사항의 범주 등을 구체적으로 정할 방침이다.
기재 대상은 '전학' 또는 '퇴학' 조치를 받은 학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권보호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7가지다. 여기서 전학·퇴학 조치가 가장 무겁다.
다만, 교육부는 교권침해 관련 조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출석정지(45.1%) 등의 포함 여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 교원 보호를 위해 가해 학생을 교원에게서 즉각 분리하고, 교원에 대한 피해 비용 보상과 법률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육활동 침해를 당한 교사가 특별휴가 등을 통해 가해 학생을 피하는 경우가 있어, 다른 학생의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도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이번 방안의 학교 현장 적용 시기는 2024학년도로 전망된다.
◆"생기부 기재 환영" VS "실효성 낮고 부작용 우려"
이번 생기부 기재 방안을 두고 교육계에선 환영한다는 입장과 더불어 낮은 실효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방안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교권 침해와 이로 인한 다수 학생의 학습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현장 교원들의 호소를 외면하며 더 이상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계류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성명을 내고 "생기부 기재 방안은 '교권 침해 예방'이라는 본래의 교육적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사실상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기재를 막기 위해 불복 소송이 증가해서 오히려 교사들이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보미 대구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 의한 교권 침해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데, 아무도 안 보는 생기부에 조치사항을 기재한다고 해도 예방 효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며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감정적으로 접근하면 결국 법적 다툼으로 고통 받는 건 학교 현장"이라고 했다.
이어 "제자에 대한 낙인 효과나 향후 소송전에 대한 우려로 인해 교권 침해를 당해도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망설이는 등 오히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교권 보호 효과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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