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을 반납합니다'…2년째 받은 복지 혜택, 전액 기부한 시민

대구 북구 동천동 거주하는 67세 배해주 씨
도시철·병원비 등 수혜 25만3천원, 편지와 함께 매일신문 '이웃사랑' 기탁
2014년엔 책 수익금 장학금 보태…"혜택 기부 20회까지 하고 싶어"
지난해 이어 올해도 기부 "불우 노인 위해 쓰이길"

대구 북구 동천동에 사는 배해주(67)씨가 2일 매일신문사에 25만3천원을 위탁했다. 한소연 수습기자
대구 북구 동천동에 사는 배해주(67)씨가 2일 매일신문사에 25만3천원을 위탁했다. 한소연 수습기자

연말연시를 맞아 대구 북구의 한 시민이 1년간 받은 노인 복지 혜택에 상응하는 금액을 기부했다. 적은 금액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다.

2일 오전 매일신문사 앞으로 도착한 하얀 봉투 안에는 5만원권 5장, 1천원권 3장과 함께 '노인을 반납합니다'라는 제목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보낸 이는 북구 동천동에 사는 배해주(67) 씨.

배 씨는 만 65세가 된 2021년(매일신문 2021년 12월 17일 보도)부터 지난해까지 2년째 노인 복지 혜택을 받은 수혜 금액만큼을 적립해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내놓고 있다.

배 씨가 지난해 받은 혜택은 ▷지하철 이용 27회 ▷병원 진료비 혜택 22회 ▷공원 및 박물관 입장료 6회 ▷극장 관람 7회 ▷예방 접종 1회 혜택 등 모두 25만3천원이다.

그는 "적은 금액이지만 불우 노인을 위해 쓰이길 희망한다"며 매일신문 '이웃사랑'에 적립금 전액을 기부했다. 기부한 금액은 어려운 환경에 있는 노인들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7년 전 퇴직 후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밝힌 배 씨는 4권의 수필집까지 펴낸 중견 작가다. 그는 "2014년에 처음 책을 펴낸 수익으로 공무원으로서 처음으로 장학기금을 냈는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부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기부액이 많지는 않지만 이런 적은 금액이라도 이웃을 돕는 모습을 보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자신의 기부가 기사화되며 주변 사람들도 기부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소소할지라도 남을 돕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태도로 삶을 가꿔 온 배 씨는 '노인을 반납합니다'를 20회까지 하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배 씨는 "20회가 되는 그때는 내가 88세가 되어 있을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면 이 꿈은 이뤄지리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지난해 노인 복지 혜택에 상응하는 금액을 기부한 배해주 씨가 올해도 매일신문사에
지난해 노인 복지 혜택에 상응하는 금액을 기부한 배해주 씨가 올해도 매일신문사에 '노인을 반납합니다'라는 편지와 함께 25만3천원을 전달했다. 매일신문사 제공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