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에도 기쁘고 떳떳한 삶으로 소박한 행복을 일궈 나갑시다."
설을 앞두고 17일 경북 의성군 봉양면 두봉(93) 주교 자택을 찾은 봉양면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등이 새해 덕담을 청하자 그는 벽에 걸려있는 한 액자를 가리키며 일어섰다.
'기쁘고 떳떳하게'란 제목의 액자에는 '우리는 이 터에서 열린 마음으로 소박하게 살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 나누고 섬김으로써 기쁨 넘치는 하느님 나라를 일군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이는 평소 두봉 주교의 훈화를 바탕으로 2003년에 제정된 천주교 안동교구의 사명선언문이다. 두봉 주교는 프랑스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 가톨릭 선교사이자 주교로 1969년부터 1990년까지 천주교 안동교구 초대 교구장을 지냈다. 은퇴 후 경기도 한 공소에서 지내다 2004년부터 의성 봉양면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 선언문은 당시 안동교구 관할지역(안동, 의성, 상주, 문경, 울진 등)의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 등 모든 사회 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지역 현실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선언문 속 앞 구절인 '이 터에서'가 이런 배경을 함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반적인 의미는 힘든 환경에서도 감사와 생명 존중의 정신으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는 삶,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이는 지금도 현실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평소 나의 신조이기도 한 '기쁘고 떳떳하게'란 말로 새해 덕담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봉 주교는 이날 입고 있는 스웨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60여 년 전 대전교구에 있을 당시 형편이 어려운 모 신자에게 작은 금전적 도움을 줬는데 이 신자가 최근 스웨터를 들고 집으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는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지만 전국에서 매일 나 보겠다고 집으로 손님이 찾아온다"며 "내가 특별한 도움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함께 웃고 박수치며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된다면 충분히 감사한 일 아니겠냐"며 특유의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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