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경원, 또 다시 잠행…대통령실 입장문에는 "할말 없다"

대전 일정 취소…측근 "출마의지 변함없어"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또 다시 잠행에 돌입한 분위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해임을 놓고 또 다시 대통령실과 공방을 벌인 다음 날인 18일 나 전 의원은 참석이 예정됐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 일정 등을 전면 취소했다.

지난 17일 나 전 의원은 저출산위 부위원장 해임을 두고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해임 결정을 내리기까지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을 거"라며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과 지지세력을 멀어지게 할 거"라고도 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그러자 곧바로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해임은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후 초선의원들은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쳐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이를 출마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며 나 전 의원 사과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재선, 3선 의원들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에 나 전 의원은 당 대표 출마 고심과 함께 잠시 숨을 고르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정 취소와 관련해 "(나 전 의원은) 대통령 해외 순방 중에 자신의 거취 문제로 논란이 빚어진 상황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친윤계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분리하는 전략으로 나섰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의 김대기 비서실장 명의의 입장문에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나 전 의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이 입장 표명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윤 대통령 귀국(21일)까지 시간도 아직 며칠 남았다.

나 전 의원 측은 통화에서 "다양한 형태로 갈등을 진화하고자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압박감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자택을 나서는 길에 취재진과 만난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 입장문이나 출마 여부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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