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에 외면당한 나경원…전대 출마 중대 고비 봉착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 후 관계자들에게 합장으로 인사하며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윤심(尹心)으로부터 외면당한 나경원 전 국회의원이 18일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잠행에 돌입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물론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까지 가세한 전방위적인 불출마 압박 속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도전 여부가 중대 고비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나 전 의원은 이날 당초 계획했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일정 등을 전면 취소했다. 그는 오전 서울 용산구 자택을 나서는 길에 취재진으로부터 대통령실 입장문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전날(17일) 대통령실은 김대기 비서실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저출산고령화위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이 "윤석열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해임이 윤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한 나 전 의원은 공개적으로 윤심을 부정당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문을 통해 윤심은 나 전 의원에게 없다고 최종 확인됐다. 무엇보다 초선의원들의 공동성명이 나 전 의원에게 치명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지난 17일 공동성명에서 나 전 의원에게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지 마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압박했다.

스위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취리히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스위스 동포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친윤계가 지원하는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도 잇달아 발표됐다. 기존에 나 전 의원이 강세를 보인 여론조사마저 김 의원에 역전을 허용당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를 경계하고 견리사의(見利思義·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정의를 생각한다)를 되새긴다"고 쓰며 나 전 의원에 대한 견제를 이어갔다.

아울러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 국민의힘 중진 정치인 출신의 광역단체장들도 나 전 의원에 대한 공세에 가담했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가 중대 기로에 봉착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초 나 전 의원은 자신의 출마 여부를 윤 대통령이 귀국하는 오는 21일까지 밝히기로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나 전 의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불출마를 위한 '퇴로'조차 열어주지 않을 정도"라며 "건물 투기 의혹과 같은 각종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등 나 전 의원이 벼랑 끝에 몰리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나 전 의원이 '고독한' 결단을 내리고 전당대회 출마를 감행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날 나 전 의원 측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양한 형태로 갈등을 진화하고자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출마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