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의 전쟁터이자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3'이 5일(현지시각)부터 나흘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대구의 대표적 기업 지원 기관인 대구테크노파크(대구TP)의 수장 도건우 원장이 직접 다녀왔다. CES라는 큰 흐름에서 오늘의 '대구'와 내일의 '세계'를 보고 왔을 터. 도 원장이 진단한 지역 산업계의 현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대구TP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각별히 신경쓰는 분야는?
▶대구시의 대표적 출연기관으로서 연간 약 2천억원의 예산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자 지역의 산·학·연·관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지역 혁신의 거점기관이다.
지난해 8월에 원장으로 취임해서 민선 8기 대구시정 방향에 부응하고, 대구시가 제시한 5대 미래산업 중심으로 지역산업을 재편하고, 보다 효과적으로 기업을 지원하고자 조직을 대폭 개편한 다음 '파워풀 대구를 만드는 파워풀 기업 파트너'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기업 지원 및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실행해나가고 있다. 대구 미래 50년을 열어갈 초석을 다지려고 기존의 주력 기업이 미래 신산업으로 사업재편 및 사업전환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고 있다.
또한 ABB(AI, 빅데이터, 블록체인) 기술 중심의 유망기업 발굴과 유치를 통해 벤처기업 촉진지구 활성화를 확대하고, IT・소프트웨어(SW)산업과 기술 연관성이 높은 유망기업을 발굴해서 지원・육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ABB펀드를 조성하여 정보통신(ICT)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올해 가장 큰 과제이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디자인산업 분야 업무도 추가되어서 제조기업의 디자인 역량 강화에도 역점을 두고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올해 CES 현장을 가보니 세계적 기술의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었나?
▶이번 CES를 관통하는 기술의 트렌드는 웹3.0과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모빌리티 등 관련 IT 기술을 수단으로 인간안보의 가치가 실현되는 지속가능한 삶이라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결국 '모든 기술 혁신은 인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이번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라 불릴 만큼 모빌리티 분야 규모가 커졌다. 메인 전시장 전체를 모빌리티에 할애했고 BMW, 메스세데스 벤츠 등 주요 완성차 기업과 부품기업 등 300여 기업이 참가해 자율주행, 전장부품, 항공, 해상용 모빌리티까지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까지 모빌리티 분야에 진출할 만큼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ICT 융복합이 세계적 기술 흐름이 아닐까 싶다.
대구는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 비중이 큰 만큼 이런 기술 혁신 흐름에 잘 대응해 도심항공교통(UAM)과 같은 미래 산업으로 전환을 준비하겠다.
-지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나 세계와 경쟁할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다고 봤는지?
▶지금까지 대구 주력산업은 자동차 부품, 기계금속 가공 산업이라 할 수 있다. 높은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지만 부품기업이라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앞으로 대구 미래 50년을 열어가기 위한 미래 산업인 ABB, UAM, 반도체, 로봇과 헬스케어 부분은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 아직은 경쟁력을 키워야 할 단계다.
하지만 ABB를 비롯한 ICT분야 스타트업의 비상 속도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이번 CES에서 499건의 CES 혁신상 중 28.3%에 달하는 141건이 국내 기업이었다. CES에 참가한 대구 31개 기업 중 5개 기업이 CES 혁신상을 받고 전시 기간동안 바이어 상담 925건과 1억달러 상담 실적을 올린 것을 볼 때 역대급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 경쟁력이 수출까지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CES에서 제시한 각종 혁신기술에 착안해 기존 상품과의 융합, 소비 트렌드에 맞는 상품 고도화 등을 통해 외국 시장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불확실성 시대에 지역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원천기술을 발전시키는게 중요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특화된 보유 기술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타 산업과 연계를 통한 새로운 가능성 탐색 기회를 갖게 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날 것이며 이는 투자와 새로운 산업 생태계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유망 ICT 기업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ABB 밸류체인 및 단계별 투자환경 조성, 데이터 활용 규제개선 등 기업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적 추세를 볼 때 지역에서 어떤 기업을 어떻게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한지?
▶이번 CES 전시회는 발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글로벌 시장에 발 맞추어 딥테크 기업 육성과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화라는 기업지원 방향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켜준 전시회였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구는 미래산업 분야에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제대로 성장의 꿈을 펼치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 향후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5대 미래산업 정책과 더불어 이에 걸맞은 기업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기존 일회성 기업지원 성격이 아닌 기업의 사업화 전주기를 아우를 수 있는 원스톱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점 파악 및 분석을 위한 경영기술닥터 지원, 기업의 기술성장을 위한 맞춤형 기술개발 지원,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장 마케팅 지원 등 경영 관리에서 글로벌 진출 지원까지 대구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기업간 기술융합을 가능케 함으로써 지역의 글로벌 강소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
-유레카파크에 눈길을 끄는 지역 스타트업이 많았다. 지역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려면 창업 관련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번 CES의 주목할 만한 점 중 하나는 삼성, SK, LG 등 대기업 뿐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국내 스타트업 550여 기업이 참가했으며, CES 혁신상을 받은 국내기업 중에서 벤처·창업기업 비중이 80%가 넘었다.
대구TP는 24년간 기업지원 사업 수행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의 창업과 기업 활동을 위한 지원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지원 정책방향에 맞추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한 집중적이고 실질적인 창업 및 보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는 미래산업 분야 중 특히 ABB 산업에 주목해 집중 육성하고자 한다. 글로벌 ABB펀드 조성을 통해 수도권에 산재한 투자자들이 대구로 집중토록해, 지역의 ABB 관련 기술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과 외부기업 유치에 앞장서고자 한다. 아울러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한 창업기업 전용 연구개발(R&D) 과제 신설 및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유망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개발, 투자유치, 글로벌 마케팅 등 지원을 통해 '기업이 모이는 대구, 기업하기 좋은 대구'가 되기 위한 지역기업의 동반자, 파워풀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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