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농사 지으면서 이런 적이 없었습니다. 애지중지 키웠던 참외가 못 쓰게 됐어요."
경북 고령군 다산면 월성리에서 참외 농사를 짓고 있는 신동휘(61) 씨는 매일 자신의 참외 비닐하우스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인근 공사장에서 날아온 분진이 비닐하우스에 쌓이면서 햇빛을 가로막아 참외의 생육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부터 매일 분진이 날아와 비닐하우스 지붕을 덮어요. 집사람과 매일 걸레로 닦아내고 있지만, 비닐하우스 지붕 8동 전체를 다하기엔 불가능합니다."
신 씨가 지목한 공사장은 고령군이 추진하고 있는 월성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 부지이다. 지난 2014년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됐지만, 그간 시공 중지에 이은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등 난항을 겪다 올 초 본격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신 씨는 참외 출하철을 맞은 요즘 "죽을 맛"이라고 했다. "참외 크기가 평년보다 절반 크기로 줄었어요. 상품 가치가 떨어져 내다 팔지도 못합니다. 한해 농사 다 날렸어요."
참외를 고르고 골라 두 차례 14박스와 17박스를 판매했지만, 예년 매출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그는 "한해 1억2천만원 정도 벌었는데, 올해는 3천만~4천만원 수준"이라며 "지금도 한창 수확해야 하는데 포기해야할 판"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신 씨는 고령군청에 몇 번이나 찾아가 호소를 했고, 지난주에는 공사 현장에도 다녀왔다. 그는 "군청 공무원이 현장에 나와서 점검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면서 "공사 현장에서는 그동안 참외 판매기록 서류를 달라는 등 엉뚱한 일만 시키고 나 몰라라 한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고령군은 공사장 현장조치는 물론 피해 보상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고령군 한 관계자는 "올 초부터 민원이 들어오면서 군에서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먼지 저감을 위해 공사장 행정조치나 처분을 하고, 피해를 입은 농업인에게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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