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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특례보금자리론 접수 한 달, '미분양 무덤' 대구서 '신규 구입' 신청 가장 많아

특례보금자리론 대구 및 경북 신청 현황. 윤재옥 의원실 제공
특례보금자리론 대구 및 경북 신청 현황. 윤재옥 의원실 제공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대구에서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다.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소득을 따지지 않고 최저 연 3.25%로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고정금리 정책 모기지인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한 달 간 '신규 주택 구입' 목적으로 신청한 건수가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매일신문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대구 달서구을)을 통해 입수한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특례보금자리론 대구 및 경북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접수 개시 한 달만인 지난달 28일까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건수는 대구가 4천696건(1조1천30억원)으로 상위 5위 안에 포함됐다.

자금 용도별 신청현황을 살펴보니 대구에서 '신규 주택 구입' 목적으로 신청한 경우가 2천482건으로 과반에 달했다. 이어 ▷기존 대출 상환 1천934건 ▷임차보증금 반환 280건 순을 보였다. '신규 주택 구입'과 '기존 대출 상환'의 신청건수 차이가 548건이지만 신청 금액 차이는 상당했다. '신규 주택 구입'이 6천501억원이었고, '기존 대출 상환'은 3천958억원으로 2천억원 이상 차이가 났다.

이를 더 구체적으로 보면 '주택가격 6억원, 소득 1억원 이하인 가구'가 신청 가능한 우대형이 3천606건(7천85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구 부동산 경기 침체가 심각함에도 '내 집 마련'을 위한 특례보금자리론 신청이 많은 이유를 두고 HF 내부에서는 그만큼 공급이 많다는 방증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올해 대구에서 신규 입주를 앞둔 아파트가 3만6천59가구로 역대 최대 규모에 이른다. 내년에도 2만1천67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최근 10년간 공급 물량 평균이 1만6천428가구였던 점을 생각하면 대구는 공급 물량 자체가 넘쳐난다.

여기에 미분양 적체로 신축 아파트 입주권을 분양가보다 싸게 파는 '마이너스 피' 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HF 대구지사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다지만 구입 용도 신청건을 심사해보면 대부분 신규 분양 주택이다. 완판 되지 않더라도 분양을 받는 수요 자체는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구입 대출 자금은 당장에 분양 받은 아파트가 아니어도 수분양자가 입주를 앞두고 잔금을 치르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그만큼 기존 공급 물량도 많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특례보금자리론은 금리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과 주택 실수요자의 주거비용부담을 덜어주고자 HF가 1월 30일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저금리·고정금리 대출상품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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