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친 2020년부터 산업 경기는 줄곧 내리막길이다. 국내 식품외식 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 3년이 지나고 일상 회복을 바라보는 시점에도 좀처럼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식품외식업 종사자들이 뭉쳤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사단법인 식품외식진흥협회다.
초대회장은 강신규(56) 한국소상공인컨설팅협회 명예회장이 맡았다. 그는 20년 이상 중소상공인에 경영 자문을 해온 컨설팅 전문가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 있는 식품외식진흥협회 사무실에서 강 회장을 만나 저성장 시대에 식품외식업을 중심으로 지역 산업체가 불경기를 뚫고 나갈 돌파구에 관해 들어봤다.
- 식품외식진흥협회가 출범한 지 5개월가량 지났다
▶ 식품외식진흥협회 출범식 때 대구를 '파워풀 푸드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6대 핵심 사업을 발표했다. 먼저 민간에서 먹거리 산업 정책을 발굴하고 제안하는 제도를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협회가 가장 먼저 한 게 식품외식정책위원회 발족이다. 올해 세 번에 걸쳐 식품외식 정책포럼도 열 계획이다. 산업 종사자들이 대구에서 뭘 할 건지, 그리고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지 고민한 뒤 아이디어를 모아 대구시로 제출하려고 한다.
경기가 어려울 때 덩달아 힘든 업체가 많지만 영업이 잘되는 업체도 있다. 그 차이는 영업 주체의 역량이라고 본다. 결국에는 능력 있는 사람이 돈을 번다는 소리다. 그래서 협회가 식품외식교육원을 설립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을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관심 있게 보는 건 청년이다. 지금도 청년들이 식품업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이 체계적으로 진입하도록 돕고 점차 소기업, 중소기업, 중견기업으로 커나가도록 육성하고자 한다.
또 온라인 기반으로 유튜브, 숏폼 등 콘텐츠를 활용한 홍보 활동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대구 음식이 맵고 짜다'거나 '대구에 가면 먹을 게 없다'는 인식이 컸다. 이번 기회에 대구가 우수한 식품외식 브랜드가 많고 맛있는 음식이 풍성한 '미식의 도시'라는 걸 전국에 알리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식품외식 브랜드 대상 제도를 운용하려고 한다. 지금 국내에 식품외식 산업인을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 대상이 없다. 이를 통해 식품 산업인에게 기를 불어넣어 주고, 마케팅에 활용하도록 하려고 한다. 올해 12월 식품외식 정책포럼을 열면서 시상식을 같이 여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있다.
- 식품외식진흥협회 설립 동기가 궁금하다
▶ 그동안 여러 소상공인 단체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당사자들의 애로사항을 목도했다. 사업이 잘된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야반도주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까지 목격하면서 '이들을 위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에 먹거리 산업 내에서도 분야별로 흩어져 있던 직능 단체들과 연대·협력하기로 했다. 먹거리 산업 가치를 높이고 공동 번영에 책임있는 노력을 하기 위해서다.
식품외식 산업은 대부분 영세한 업종으로, 직능 단체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생 업소만 운영한 사람은 어떤 상황이 생겼을 때 단체를 대변해 빠르게 대응할 자체 역량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먹거리 산업에 대해 고민하고, 또 행동하는 협회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국내 먹거리 산업을 한 단계 높이는 데 힘을 모은다는 의미가 크다.

- 현재 지역의 식품외식산업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는지
▶ 코로나19 터지기 전과 비교하면 50~60% 정도에 머물러 있다. 코로나19가 숙지면서 손님이 늘고 매출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저 효과'로 봐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보다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건 여러 가지 상황이 결합한 결과다. 코로나19 때는 '코로나19 때문'이라는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정부 지원금도 없고 코로나19 핑계도 대기 힘들다. 이 와중에 매출은 코로나19 전에 비해서 60% 수준밖에 안 되니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거다.
한동안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거라 예상한다. 적어도 5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지금은 저성장 시대다. 코로나19 때 경제 지표들이 너무 꺾였기 때문에 당장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서 바로 상황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본다. 종사자들이 스스로 경영 상황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정부가 경기 부양에 힘쓴다면 5년 정도 후에는 경기가 우상향하지 않을까.
- 지역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을 조언한다면
▶ 골목상권마다 스스로 활성화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 줘야 한다. 먼저 상인 조직화와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하다. 상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와 상인회를 잘 운영할 방법 등을 알려 주고, 상인들이 자구 노력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요즘은 상권 자체가 살아야 상인들도 살아남는다.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노력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상인들이 자부담해 유튜버 등 유명인을 불러서 거리를 홍보하거나 강사를 초청해 교육 받는 식이다.
그다음 해야 할 일은 특성화다. 다른 골목을 보고 모방하는 게 아니라 그 골목만이 가진 정체성, 역사와 문화 같은 특성을 살려나가야 한다. 나중에 스토리를 가공하는 건 전문가가 해 주면 되지만 기본적으로 뽑아낼 이야기는 지역에 있는 상인들이 가장 잘 안다. 골목 고유의 특성을 잘 살려야 사람들이 찾게되는 매력을 갖게 된다.
- 경영난에 빠진 소상공인은 어떤 방향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면 좋을까
▶ 가장 중요한 건 상인들의 노력이다. 상인들이 스스로 노력하고 지자체가 지원해 줄 때 시너지 효과가 난다. 소상공인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시대 흐름을 주목하고, 고객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찾아가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3품'을 강화해야 한다. 품질, 품격, 품위다. 품질은 팔고자 하는 상품의 질, 품격은 서비스 수준이다. 고객 관리 등으로 고객에게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품질과 품격을 높이면 품위, 즉 브랜드 파워가 생긴다.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은 마케팅 없이는 안 된다. 마케팅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만큼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는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업사이징(up-sizing)을 적절히 하는 게 중요하다. 인건비 등 경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와 품위는 높이는 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해야 지금 같은 불경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지역 식품외식산업 발전을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 아쉬운 것이 있다면 식품외식을 담당하는 행정이 분리돼 있는 점이다. 민간 업계에서 혼선과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원화된 식품안전과 식품산업 육성을 일원화해야 산업발전의 시너지가 더 많이 날 거라 생각한다.
소비자의 위생 관념이 높아지면서 식품안전이 굉장히 중요해진 상황에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산업은 발전하기 어렵다. 안전과 산업 지원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행정 체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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