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S 파산 사태, 스위스의 '금융 강국' 지위 흔들린 탓

스위스 은행권의 비밀주의 해체된 게 근본 원인이란 해석 나와
WSJ, "2008년 미 정부의 미국인 예금 거래 정보 요구가 시발"
예금고 급감해 고위험 투자 상품에 눈길 돌려..CS 파산 기폭제

악셀 레만 크레디트스위스(CS) 이사회 의장(왼쪽)이 19일(현지시간)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콜름 켈러허 UBS 회장 옆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는 최근 잇따른 투자 실패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위기설에 휩싸인 CS를 32억3천만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연합뉴스

스위스 3대 은행 중 하나인 크레디트스위스(Credit Swiss·) 파산 사태를 두고 '금융 강국' 스위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 이상 '안전 금고'가 아니란 인식이 확산한 탓이란 것이다.

스위스는 '비밀주의'를 앞세운 은행 시스템으로 이름을 날려왔다.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한 덕분에 전 세계 부자들의 '보물 창고'로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 기준 스위스 은행들의 전체 예금고가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의 5배가 넘을 정도로 스위스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이런 스위스의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CS 파산 사태는 더 이상 스위스 은행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라는 얘기다. CS는 파산 직후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 사태로 순식간에 벼랑 끝으로 몰렸다. 부도 위기에 직면한 끝에 스위스 정부의 강제 개입으로 라이벌 은행 UBS에 인수됐다.

하지만 CS 파산 사태 이전에 이미 위기가 시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중립과 함께 조그만 나라 스위스의 생존법이자 경쟁력이었던 비밀주의가 힘을 잃고 있는 탓이란 분석이 그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의 비밀주의에 금이 간 건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부터다. 당시 미국 정부가 미국인의 예금 거래 정보는 반드시 자기들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을 제정, 스위스 정부에 통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에서 자금을 빼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에 넣는 행위를 막아야 금융위기라는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미국 정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는 '더러운 돈'이라도 고객 정보와 자금 규모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스위스 은행들의 명성을 뿌리째 흔드는 조치였다.

이로 인해 스위스 은행들의 예금고는 급격히 줄었고, 이를 보충하려고 위험도가 큰 수익성 투자 상품에 눈길을 돌렸다. CS 역시 이런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하다 무너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뱅크런이 더해지면서 손 쓸 도리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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