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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강제징용 배상, 민주당의 해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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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지난해 독일은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에 대한 추가 보상·배상으로 고령 생존자에게 13억 유로(1조8천억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독일은 1952년 9월 이스라엘 정부, 유대인 단체와 '룩셈부르크 합의'를 맺고 홀로코스트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상·배상을 해왔다. 그 액수는 무려 800억 유로(112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집시로 알려진 소수 민족 신티(Sinti)와 로마(Roma)에는 냉담했다. 이들은 나치 집권기에 적게는 50만 명 많게는 7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숨겨진 홀로코스트'라고 해서 오랫동안 독일인의 망각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동성애자, 안락사 희생자 등과 함께 이들에 대한 배상이 시작됐고 2012년 추모비도 세워졌지만 배상은 여전히 미제(未濟)로 남아 있다. 지난 2000년 7월 국제집시연맹(IRU)은 체코 프라하에서 모임을 갖고 나치의 홀로코스트로 숨진 집시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을 공개 요구했지만 독일 정부가 어떤 답을 했는지는 찾을 수가 없다.

나미비아에 대한 독일의 자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나미비아를 식민 지배(1884~1915년)한 독일은 1904~1908년 토착민 헤레로족과 나마족의 반란을 잔혹하게 진압했다. 그 희생자는 7만~9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범죄에 대해 독일은 침묵하다 2016년에야 사과했고, 1990년부터 상당한 공적 원조를 해왔다는 점을 들어 배상도 거부해 왔다. 길고 지루한 협상 끝에 2021년 향후 30년간 11억 유로(약 1조5천억 원)를 지원하기로 나미비아 정부와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독일 정부는 '개발협력지원금'이지 '배상금'이 아니라고 했다. 법적 책임 인정을 거부한 것이다.

독일이 이렇게 대상에 따라 다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유대인은 힘이 있다. 특히 '문화 권력'은 막강하다. 미국 영화산업 관계자의 50%가 유대인이며 주요 미디어도 상당수가 유대인 소유다. 영화 '뮤직 박스' '쉰들러 리스트' '소피의 선택' '인생은 아름다워' 등 홀로코스트를 다룬 문화 콘덴츠들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힘이 여기에 있다.

그 힘은 독일의 사과·배상을 압박하는 세계 여론 조성으로 이어졌다. 신티와 로마, 나미비아 사람들은 이런 힘이 없다. 과문(寡聞)해서인지 집시 학살과 나미비아 토착민 학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있다거나 있다고 해도 '쉰들러 리스트'처럼 대흥행한 게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독일의 유대인 희생자 배상·사과의 진정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대인의 힘이 독일의 지속적인 보상·배상을 이끌어낸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냉엄한 사실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제3자' 배상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도록 한다. 윤 정부의 해법은 국제법 관례와 강제징용 배상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현실적으로 이것 말고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배상받을 방법이 없다. 왜? 우리 대법원 판결을 강제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제1야당은 '죽창가'를 다시 부르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권이 그랬듯이 반일 감정에 편승해 이득을 보려는 국내 정치용일 뿐이다. 그게 아니고 '죽창가'가 진심이라면? 일본과 전쟁하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전쟁만이 자신의 요구를 100% 강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은 그러기를 바라는가?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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