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7일 양진영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하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이 제4대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취임 이후 양진영 이사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재단의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다.
현재 '케이메디허브'라는 이름을 만든 것도 양 이사장 작품이다. 기존의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라는 길고 인지하기 어려운 이름을 누구나 쉽게 기억할 수 있는 케이메디허브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양 이사장은 재단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극진한 환대를 한다. 입구 전광판부터 손수 만든 사진과 환영사를 띄우고 직원이 직접 찍은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이러한 세심한 부분부터 신경 쓰며 방문객들로부터 꼭 '다시 오고 싶다'는 말을 듣는다.
양 이사장은 "근무한지 1년 반 동안 홍보와 소통에 사활을 걸었다. 홍보팀도 새로 만들고, 귀한 시간 내서 오신 분들을 열과 성을 다해 모시고 있다"며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고, 훌륭한 연구와 기술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혁신도시에서 양 이사장을 만나 경영 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케이메디허브가 대구에 들어선 배경?
▶케이메디허브는 정부가 미래 먹거리 동력으로 '의료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조성한 공공기관이다. 정부가 첨단의료산업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할 당시 대구의 병원들이 이곳에서 연구한 제품을 우선 사용토록 지원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시해 왔다. 5개의 의대와 2개의 한의대를 보유해 서울 제외 최고의 의료시설을 갖춘 대구의 종합병원들이 지원을 약속했다. 또 정부 예산 사용 계획안에 대구시만이 매년 50억원의 지역 예산을 더 투자해 첨복단지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유치 후 대구시는 꾸준히 예산과 인력을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 의료시장 업계 근황은?
▶의료시장은 불경기 속에서도 시장이 확장되는 매력적인 분야지만 대한민국은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제약으로는 세계시장의 1.3%, 의료기기로는 1.5%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의 절반가량은 미국이 점유하고 있고 그 뒤를 유럽이 따른다. 의료산업은 수입이 크고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처럼 의료시장 업계의 이슈는 언제나 불투명하지만 현재 핫이슈는 기술의 융복합이라고 본다.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의 등장으로 데이터분석이 빨라지면서 이를 의료에 활용하고 있고, 정부도 디지털 헬스를 강조하고 있다. 재단도 연구개발비가 21년 대비 12% 증가했고 기업의뢰를 통한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를 기업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기술 지원할 수 있도록 재투자 중이다.
-올해 사업 계획은?
▶먼저 연구 분야에서는 AI와 디지털헬스케어 쪽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마약 중독이나 소아ADHD를 치료하는 디지털기기가 등장했고, AI디지털 치료기기 세계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디지털헬스케어사업단이 있고 산하 3개 팀이 조직돼있다. 정보들을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방법이나, 로봇약 등 디지털헬스 의료기기 개발을 지원 중이다. 또 인프라 확충을 위해 의료기술시험연수원, 미래의료기술연구동, 제약스마트팩토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케이메디허브의 역할은?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내 의료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존 국가기관과 다른 점은 이론적 연구에 집중하는 연구소가 아니라 실제 제품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케이메디허브는 기술 개발부터 시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신약 개발 R&D 사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병원·기업 협력 수요연계형 기술사업을 진행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의료제품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도 건강기능식품 효능 확인, 희귀 필수의약품 생산 지원, 사회공헌활동 등 공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기업 해외 진출 대응 계획은?
▶케이메디허브는 기업의 해외 수출까지 도와줄 테니 대구로 오라고 설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 선이다 보니 기업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1% 짜리 시장에서 3등 하는 것보다 30% 시장에 도전해 50등 하는 편이 수입이 크다보니 기업들은 해외 수출에 관심이 많다. 재단은 기업들에게 해외박람회 참가 지원을 해주고 있고, 7월 초 대구에서 열리는 KOAMEX 박람회도 우선 참여권을 준다. 또 해외 각국 보건복지부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케이메디허브가 보증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소개하며 판로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도미니카공화국 보건복지부, 영국 연구혁신기구 및 의료기업 등과 관계를 맺었고, 에티오피아나 태국 정부관계자들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경영의 어려운 점은?
▶의료기업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보니 국가에서 조성한 공공기관임에도 지자체 단위의 지원기관과 비교 당하거나 우수한 실적에도 두 번, 세 번 강조해야 하는 등 가치를 잘 몰라주는 게 아쉽다. 기업들의 심리적 남방 한계선이 오송이라는 말이 있다. 케이메디허브의 우수한 연구개발 지원 능력은 만족해야 하지만 웬만해서 대구에 연구소를 지으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기업 없이 케이메디허브가 성공할 수 없어 고민이다.
-대구가 기업 유치 관련 타지역보다 기업을 끌어오기 힘들다던데
▶입주기업에 대한 파격 지원이 필요하다. 오송에 입주하려면 평당 분양가가 70만원인데 대구는 280만원이다. 물론 우리는 광역시라 허허벌판인 오송과 환경이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금액이다. 이런 분양가를 상쇄할만한 뭔가가 필요하다. 대기업을 유치하려고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작고 알찬 벤처와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있었으면 좋겠다. 삼성처럼 대구에서 자란 바이오기업이 생겨 대구와 함께 부흥하는 꿈을 꾼다. 지금 여러 곳에서 대기업이나 아주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많다. 하지만 벤처를 갓 벗어난 중소기업이 되면 스스로 살아가라고 팽개쳐진다. 의료산업에서 중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중기업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좀 다양해지면 좋겠다.
-초기 중소벤처 기업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의료산업 관련 애로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케이메디허브를 찾아 달라!"고 말하고 싶다. 케이메디허브가 갖추고 있는 450여명의 석박사 연구진과 의료산업 전 과정을 한자리에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통해 기업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준비 중이다. 케이메디허브는 공동연구부터 제품화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해준다. 입주까지 하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R&D 예산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 벤처기업에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만들어보고 평가해보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케이메디허브와 함께하면 가능하다.
-케이메디허브 고용현황은?
▶재단은 정직원 360여명, 자회사 등을 포함하면 450여명의 직원들이 있다. 올해도 추가로 2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를 찾는 기업들이 워낙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를 요청하다 보니 다양한 전공의 인력들이 필요하다. 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다. 의료 인력 교육이나 학생 인턴 채용도 꾸준히 하고 있다.
-케이메디허브가 자리매김하기 위한 단기적인 목표는?
▶지금 전국에 의료클러스터라고 주장하는 곳이 무려 25개다. 돈이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지자체마다 특화산업으로 의료를 꼽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단위·기업 모임 단위로 조성된 여타 지역과는 확실히 다른, 국가 주도 클러스터라는 점에서 케이메디허브는 특별하다. 의료 R&D 관련해서는 산학연병 누구나 케이메디허브를 찾도록 열심히 연구하겠다.
-앞으로의 계획
▶코로나19 당시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려는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했던 적이 있다. 왜 우리나라처럼 똑똑한 인력이 다 의대에 몰리는 국가에서 화이자 같은 그룹이 없을까 아쉬웠고, 그 일이 케이메디허브 이사장으로 지원하게 된 동기가 되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꿈은 우리가 신약이나 의료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서 미국이 꼭 넉넉히 팔아달라고, 혹은 기술력을 배우게 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다. 그런 날이 와도 나를 찾아오지는 않겠지만 뉴스에서 소식을 들을 수 있길, 또 그 배경에 케이메디허브가 도움을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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