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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DGB금융 등 3대 지방금융 지분 매각…금융 포트폴리오 축소하나

DGB금융지주가 있는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DGB금융지주가 있는 대구 북구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매일신문 DB

900조원대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DGB금융지주 등 3대 지방 금융지주사 지분 비중을 일제히 축소했다. 지난해 금융권이 호실적을 올렸지만, 앞으로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시중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해 실적이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되면서 금융 관련 포트폴리오 정리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GB금융지주가 5일 올린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서 DGB금융지주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달 DGB금융지주 주식 192만2천79주를 매각, 지분율을 지난 연말에 비해 1.14%포인트(p) 낮췄다. 현재 지분율은 8.78%가 됐다.

국민연금은 최근 DGB금융지주와 함께 BNK와 JB금융 등 지방 금융지주사 지분 비중도 모두 축소했다. 국민연금의 BNK금융지주 지분율은 지난달 기준 8.47%로 지난 연말보다 1.01%p 낮아졌다. 올들어 JB금융지주 주식도 1.04% 팔아치워 지분율은 7.17%로 줄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국민연금이 올해 금융회사 실적 부진을 예상하고 수익이 나올 만한 다른 투자처를 찾아 지방 금융지주에서 자본을 일부 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와서다.

지방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예대마진 사업 의존도가 큰데 이로 인해 시중금리 상승세가 꺾이면 지난해 같은 실적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미국 물가상승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는데다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 매각,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독일 도이체방크 위기설 등 금융권 위기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는다.

지분 변동 때문에 DGB금융지주의 최대주주가 2금융권인 OK저축은행으로 바뀔지가 관심사다. 2대주주인 OK저축은행의 현재 지분율은 8.0%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지분 차이는 0.78%p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 OK저축은행이 지금보다 지분율을 더 높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올해 매수 계획에 추가 매집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다만 국민연금이 추가 매도를 해 OK저축은행이 최대주주가 되고, OK저축은행이 최대주주가 되지 않으려 다시 대량 매도를 하면 주가가 흔들릴 수 있어 그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기업의 최대주주를 결정하는 일인 만큼 매우 까다로운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법에 따라 금융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갖췄는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금융위는 심사 대상자가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금고 1년 이상 실형을 받을 경우 당사자의 보유주식 10%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할 수 있다. 심사 대상자가 금융 관련 법령 등을 위반한 사실이 있으면 불승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금융지배구조법에 따라 심사 대상자는 법인이 아닌 '금융회사의 최대주주 중 개인 최다출자자 1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결국 금융회사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다 출자자 중 단 한 명만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을 수 있고, 금융 관련법 등을 위반한 전력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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