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응급실서 10분 간 고성, 소란 피운 남성 1·2심 모두 '무죄'

술병에 손가락 베여 내원, 병원 측 퇴원 권유 오해로 난동
법원 “병원 측 설명 부족했고, 진료 방해 심하지 않아”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대구지법·대구고법 현판

새벽시간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려 재판에 넘겨진 한 남성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2-3형사부(이윤직 부장판사)는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술병에 손가락을 베여 2021년 8월 1일 오전 4시 4분쯤 구미에 있는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은 A씨의 파상풍 예방주사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 작성을 요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비와 함께 소란이 일었다. 병원 측이 별도 조치 없이 A씨에게 퇴원을 권유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A씨는 '치료 안하고 퇴원시키는거냐'며 욕설을 하며 소리를 지르는 등 약 10분 간 소란을 피워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를 방해한 혐의를 받았다. 소란이 일면서 경찰이 출동해 A씨를 귀가 조치했고, A씨는 다음날 다른 병원에서 손가락 신경 봉합술을 받고 나흘 간 입원했다.

검찰은 A씨에게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다른 환자들이 있는 상태에서 고성으로 얘기하고 응급환자를 진료하지 못할만큼 언어적, 심리적 압박을 줬고, 보안요원이나 경찰이 없었다면 다른 환자들의 치료가 한없이 지체됐을 것이란 취지였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당시 응급실에서 신경 봉합술 등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상태에 있었던 걸로 보이고,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기에 병원 측에 항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응급실에는 다른 환자 4~5명이 있었으나, 소란이 일었을 당시 의사의 처치를 긴급히 요하는 다른 환자가 없었고, 피고인과 의료진 간 다툼의 정도나 시간 역시 역시 응급처치를 곤란하게 할 정도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간다"며 항소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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