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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재옥 국힘 원내대표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고 싫은 소리도 할 것"

尹에 쓴소리 마다 않는 전략통…"당내 언행 더 실수 말아야"
대선 선대위 총괄 '윤순경' 자처…위기 돌파했던 경험에 지지 받아
인심 쓰는 사람 많으면 조직 망해…임기 중 '의회정치 복원' 역할 노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 원내대표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요인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 원내대표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요인에 대해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돌파했던 경험을 기억해 의원님들이 저를 지지해주셨다고 본다"고 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4월 총선을 정확히 1년 앞둔 시점에 거대 야당의 입법 공세와 당정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를 또다시 호출했다. 지난 7일 21대 국회 마지막 집권여당 원내사령탑으로 '전략통' 윤 원내대표를 선출한 것.

윤 원내대표는 지난해 대선 당시 당 선거대책위원회가 해체되는 중대 고비에서 새로 출범한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으로 등판, 정권교체를 이끌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윤 원내대표를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에서 만났다.

-일각의 열세 예상을 깨고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자체적으로 분석한 당선 요인은 무엇인가.

▶위기 상황에서 누가 원내를 전략적으로 이끄는 것이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의원님들이 투표했다고 생각한다. 원내수석부대표 때 드루킹 특검을 통과시켰고, 대선 때 선대본부 상황실장을 맡아 선거를 총괄했다. 위기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돌파했던 경험을 기억해 지지해 주셨다고 본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수도권 원내대표론에 어떻게 반박했나.

▶선거 기간 내내 저를 괴롭힌 게 수도권 원내대표론이었다. 평면적으로 보면 쉽게 와닿고 설득력 있는 구호다. 다만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선 중도층 외연확장을 해야 하고, 미래 세대들의 표심을 얻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 출신 지역, 지역 구도라는 게 수도권 총선 승리의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고 호소했다. 수도권 원내대표가 있었을 때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선거를 이긴 사례가 거의 없다는 근거를 제시해 설득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쓴소리를 하는 '레드팀' 역할을 한 데 이어 원내대표로서 '윤순경'을 자처했다고.

▶선대본부 이전 선대위 체제에서 후보 전략자문위원장을 맡아 매주 후보에게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했다. 후보께서도 민심을 얻기 위한 방법을 자문해 오셨다. 후보께서 저를 쓴소리 위원장이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선대위 해체 후 선대본부 상황실장에 직접 발탁하셨다. 같은 맥락에서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윤순경'을 자처했다. 인심 쓰는 사람이 많으면 조직은 망하기 쉽다.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고 싫은 소리도 해야 조직이 제대로 굴러간다. 제가 윤순경이 되겠다는 건 첫째 겸손한 자세로 일하겠다, 둘째 궂은 일을 도맡겠다, 셋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 원내대표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승리 전략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 원내대표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승리 전략에 대해 "한두 가지 정책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표심이 움직인다. 특히 수도권 민심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을 포함한 승리 전략은 무엇인가.

▶수도권 선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중도층, 미래세대로 외연을 확장하려면 남은 1년 동안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한두 가지 정책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표심이 움직인다. 특히 수도권 민심을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

-오늘로 원내대표 13일 차인데 현재까지 거대 야당을 상대해 본 느낌은 어떤가.

▶수적 열세에서 협상이 상당히 어렵다는 걸 예상했지만 13일 동안 겪으면서 더욱 절감하고 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이슈로 단독 입법을 강행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본회의가 있는 날이면 입맛이 없을 정도로 수적 열세 때문에 겪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원내대표 선출 이후 '의회정치 복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무슨 의미인가.

▶최근 정치는 자기 진영만 보고 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가 전혀 없다. 정치가 실종된 셈이다. 의회정치의 본연은 양보와 타협, 존중과 배려로 합의를 이뤄나가는 건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임기 중 지속적으로 '의회정치 복원'이라는 슬로건으로 원내대표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권의 관심은 내년 4월 총선에 집중되고 있다. 영남권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론이 숙지지 않고 있는데 합리적인 공천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총선이 다가오면 늘 물갈이론이 나온다. 특히 TK, PK 등 영남권은 물갈이론의 직접적인 대상이 돼 공천 잡음이 나왔고 이로 인해 유리한 선거를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물갈이를 위한 물갈이는 안 된다고 본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정이 있을 때 교체는 가능하지만 객관적인 흠결이 없는 경우 경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내대표로서 노력할 것이다.

-당정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당 텃밭인 TK마저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데 원인은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우리가 추진하는 개혁과제들은 일정 부분 지지율 하락을 감안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 있다. 또 우리 당의 실수들이 복합적으로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다만 개혁과제나 외교적 문제는 정확한 사실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수는 더 이상 하면 안 된다. 언행, 애티튜드(attitude)를 국민의 눈높이에 세심하게 맞춰서 실수를 하지 않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의 문제에 대해선 자성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TK 시도민들께선 많은 애정을 가지고 계셔서 지금 매를 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원내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지난 13일 '원포인트' 법사위 개최로 TK신공항 특별법과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의 본회의 동시 통과를 이끌었다. 당초 27일 본회의 통과가 유력했는데?

▶13일 본회의는 양곡관리법, 간호법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안건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박홍근 원내대표와 두 지역민의 숙원사업은 동시에 처리하자고 합의했다. 당시 법사위는 야당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소위에서 단독 의결한 탓에 냉각기였다. 제가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정점식 간사에게 원포인트 법사위 개최를 설득해 동의를 이끌어냈다. 국회 상황으로 인해 한없이 표류할 수 있었는데 다행히 지역 출신인 제가 원내대표로 있었던 것이 감안된 것 같다.

-TK신공항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그동안 3번이나 뽑아주고 지지해 준 지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역할을 했다는 보람을 느꼈다. 20대 국회에서 원내수석부대표를 할 때도 지역 숙원사업인 물기술산업법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당시에도 제가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지 않았다면 통과가 어려웠다. 원내 협상의 책임을 지다 보면 양당의 법안을 서로 양보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관심 있는 법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 원내대표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가 19일 오후 국회 본관 239호 원내대표실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윤재옥의 정치는 초기엔 소리없이 강한 정치였다면 앞으로는 더 큰 정치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무성 객원기자

-TK 정치권을 향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큰 정치 지도자의 공백이라는 아쉬움과 상실감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또 우리 당을 지지하지 않는 지역을 배려해야 할 때가 많아 지역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지 못하는 경향도 있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돼서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본다. 하지만 실제 TK 의원님들 개개인의 경쟁력과 역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 우수하다. 다만 중앙에서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는 때가 오게 되는데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교체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지역 정치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키워야 하는데 키우기 전에 바뀌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사람을 키워 그 사람을 통해 지역의 어려움을 해결하며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끝으로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돈빚보다 말빚이 무섭다. 한 번 약속하면 지켜야 한다. 유천IC, 상화로 지하화 등 어려운 공약이었지만 지켜내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저는 말하면 지킨다. 지역민들께서도 윤재옥은 쉽게 말하지 않지만 약속은 반드시 지켜낸다는 인식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 원내대표 선출 후 지역구에 가니 주민들이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초기엔 소리 없이 강한 정치였다면 앞으로는 더 큰 정치로 나아가겠다. 지역민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모습을 통해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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