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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플라스틱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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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제임스 씨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배꼽에서 인간을 닮은 무엇이 나온 것이다. 몸에 쌓인 미세 플라스틱이 만든 결과물이다. 그것은 '플라스틱 인간'으로 불렸다. 다른 사람들 몸에서도 플라스틱 인간이 태어났다. 사람들은 플라스틱 인간에 열광했다. 플라스틱이 발명됐을 때처럼. 플라스틱 인간은 많은 양의 플라스틱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랐다. 먹이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지천으로 널린 게 플라스틱 쓰레기이니. 플라스틱 인간은 계속 커져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괴물처럼 된다. 어린이 도서 '플라스틱 인간'의 줄거리이다.

"이제 인간도 조금은 플라스틱이다." 1972년 1월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플라스틱 잔여물이 혈액에서 발견됐다"는 기사의 첫 문장이다. '플라스틱 인간'이란 말은 여기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이 기사는 미국 국립심장폐연구소가 100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플라스틱에 첨가제로 포함되는 프탈레이트가 86명에게서 검출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났다. 인류는 조금 더 플라스틱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1950년부터 2021년까지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은 87억t. 재활용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국제 학술지 '환경과학기술' 최신호에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실렸다. 북극 빙하에 서식하는 조류(藻類)의 미세 플라스틱 수치가 주변 해수보다 10배 높게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먹이사슬의 뿌리인 조류가 오염되면서 북극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품은 조류를 동물성 플랑크톤이나 저생 생물이 먹게 되면 물고기와 바닷새, 북극곰 등의 먹이사슬을 통해 미세 플라스틱이 생태계로 확산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모든 동물의 성장과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은 우리 일상을 점령하고 있다. 싸고 편리해서다. 쉽게 사고, 쉽게 버린다. 플라스틱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가 습관이었다. 플라스틱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유지되는 자본주의의 총아(寵兒)로 떠올랐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이제 인간과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저서 '플라스틱 사회'에서 "인간은 플라스틱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교영 논설위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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