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차전지주 과열…'매도' 의견 또 나왔다

유진투자 "예상 성장까지 반영…국내외 경쟁 심화도 고려해야"
타 증권사도 '조정 주의' 조언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포항 영일만산단에 지어진 이곳은 이차전지의 재활용부터 소재, 완성품까지 전주기가 집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산업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매일신문 DB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 포항 영일만산단에 지어진 이곳은 이차전지의 재활용부터 소재, 완성품까지 전주기가 집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이차전지 산업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매일신문 DB

국내 주식시장에서 1분기 상승장을 주도한 2차전지 관련주가 최근 홍역을 앓고 있다. 5대 신성장 산업(차세대 반도체·차세대 디스플레이·전기차·2차전지·바이오헬스)의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는 만큼 미래가 밝은 분야이지만, 증권가에서 부정적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는데다 주가 흐름도 좋지 않아서다.

유진투자증권은 3일 코스닥 시장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비엠 주가가 과열 국면이 심화했다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국내 증권사가 특정 종목에 매도 의견을 거의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에코프로비엠 종목 보고서에서 "현재 주가는 2030년까지의 예상 성장을 반영한 상태"라며 "2030년 삼원계 양극재 생산능력이 100만톤(t)에 이르고 이 중 전기차용이 84만t이라고 가정하면 이는 삼원계 양극재 장착 전기차 660만∼800만대 공급량"이라고 설명했다.

이 "2030년 미국과 유럽 전기차 시장이 모두 삼원계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극단적 가정을 하면 에코프로비엠의 점유율은 34∼41% 수준"이라면서 "이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국내외 업체의 경쟁 상황을 감안하면 검증이 필요하다. 국내 업체와 유럽, 일본 양극재 업체들까지도 증설 경쟁 강도가 심해지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에서도 투자 의견을 '매수'보다 한 단계 낮은 '중립'으로 바꿨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의견(보유)과 목표주가를 유지했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분명 오버슈팅 구간이다. 따라서 주가조정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상승 여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단기에 주가가 급등한 만큼 현시점에서는 조정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상황은 에코프로비엠 만의 일이 아니다. 코스닥은 물론 유가증권시장까지 2차전지 관련주가 전체적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한 모양새다.

한국거래소가 이차전지 관련주를 모아 집계하는 KRX 2차전지 K-뉴딜지수는 1분기 동안 30.65%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8.54%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 폭(-2.40%)을 크게 밑돌았다.

이 지수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이노베이션 ▷엘앤에프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C 등 2차전지 대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성장세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3일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5대 신성장 산업의 수출경쟁력 및 경제 기여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21년 기준 2차전지(33.9%) 분야에서 세계 수출 점유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2차전지 8.7%로 2016년에 비해 3.5%포인트(p) 줄었다. 이렇다 보니 국내 업체가 아직 미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유럽 시장은 안심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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