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네이버·카카오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법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시가총액 100조원 이상의 다국적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유럽연합(EU)의 법안을 벤치마킹해 만들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 3년 전 시행해 택시기사 수만명의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 '타다 금지법'처럼 기업의 투자와 혁신을 막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대만·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를 폐기하는 글로벌 흐름에서 한국만 '나홀로 규제'를 추진한다는 우려 속에 부처간 규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다툼이 졸속 추진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가총액 100조 이상'만 규제하는 유럽 법안으로 내수시장 잡겠다는 정부
6일 플랫폼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태스크포스(TF)는 지난달말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전 규제'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규제 대상과 의무 사항을 정하기 때문에 기업 투자와 혁신에 대한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문제가 있을 때만 제재하는 사후 규제와 비교해 기업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 이에 대해 국민의 힘 등 정치권에서는 이달 중 법제화 논의를 거쳐 법률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TF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안을 조만간 공개할 방침이다.
공정위의 플랫폼 사전 규제안은 유럽의 디지털 시장법(DMA)과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DMA는 대형 온라인 플랫폼 기업을 '게이트기퍼'(Gatekeeper)로 분류해 이들의 자사우대 등을 금지하는 법안이다. 문제는 이 DMA가 유럽 전역에서 독과점 논란을 일으킨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시가총액 750억유로(약 105조원) 이상의 미국 기업이 주요 대상이고, 유럽연합 3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해야 규제를 받는다는 점이다. 27개 회원국을 둔 EU의 인구는 5억명에 달한다.
때문에 유럽식 법안을 본떠 국내에 사전 규제법을 만드는 것은 국내 기업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글로벌 흐름과 달리 한국만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말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 등 빅테크 규제 법안을 줄줄이 폐기했다. 중국과 대만도 자국 플랫폼 규제를 중단했거나 철회했다. 유럽도 사실상 미국 기업의 독과점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임용 서울대 교수는 최근 플랫폼 규제에 관한 세미나에서 "미국에서 더 이상 플랫폼 규제를 위한 새로운 입법이 불필요하고, 기존 법으로 규제가 가능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일자리·소비자 피해는 뒷전? 지난 정부부터 규제 주도권 놓고 부처 갈등만 반복
이처럼 글로벌 플랫폼 규제 트렌드와 국내 현실이 동떨어진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 규제가 정부 부처의 '밥그릇' 싸움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도 부처들도 플랫폼 규제 개정안 등을 준비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카오' 등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명분으로 풀이된다. 이 상황을 고려해 당초 공정위는 오는 7월쯤 규제안을 공개할 계획을 이달 초로 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 때도 '온플법'을 두고 부처간 갈등이 커져 논란을 키웠는데, 이번 정권에서도 같은 문제가 답습되고 있다"며 "규제로 어떤 피해가 우려되는지 부처간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내 밥그릇 챙기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의 '독과점 방지법'이 '제2의 타다 금지법' 같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서비스를 금지한 타다 금지법(개정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1만2000명의 타다 운전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거나 실직 위기에 놓이면서 카카오T 중심의 호출 택시 독과점을 키웠다. 전국 택시 운송조합연합회에 따르면, 타다 금지법 여파로 법인 택시 운전자는 2019년 말 10만2320명에서 지난 3월 7만1066명으로 3만명 이상 감소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소송 4년 만에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타다금지법의 실효성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급부상한 상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플랫폼 업계에선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사전 규제하면 신규 투자는 물론 기업을 둘러싼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 사전 규제→투자·신사업 위축→일자리 감소 및 사업 철수→스타트업 협업 및 창업 위축 등 부작용이 특정 기업에서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다.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는 "타다 금지법은 새로운 기업 성장과 투자, 진입을 장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들어진 졸속 법안이 어떤 부작용을 만들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정치권과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로 국민과 기업 혁신 생태계가 망가질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전용기 "내란선동 가짜뉴스 퍼나르면 일반인도 처벌" 국힘 "도련님, 카톡은 찢지 말아주세요"
탄핵 한 달 만에 與 지지율 증가…조급한 野 헛발질에 등 돌린 민심
"尹 지지율 46% 나와…2030 지지율도 40%대 ↑"
일반인 카톡 검열 논란에 여야 MZ 설전…"공산당식 통제 vs. 불법 방치"
옵티머스 사기 의혹 이혁진, 도피 중 美서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