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아내·아들 향한 무차별 폭력…떠나살고 싶어도 갈 곳이 없는 母子

선 넘은 남편, 서바이벌용 총으로 마구 쏘고·12층 베란다서 매달기까지
억지로 유도·주짓수 배우게 해 척추 크게 다쳐…통증으로 서서 수업 들어
폭력 흔적 가득한 집에서 보복 불안 시달려…긴급생계비로 버틸 수 밖에

지난 16일 고희정(가명·46) 씨와 그의 아들 박성민(가명·17) 군이 공포의 대상이었던 남편이자 아버지가 남긴 서바이벌용 총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16일 고희정(가명·46) 씨와 그의 아들 박성민(가명·17) 군이 공포의 대상이었던 남편이자 아버지가 남긴 서바이벌용 총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다. 윤정훈 기자

쓸데없이 좋은 날씨였다. "소풍 가는 가족들도 많겠지.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윗옷을 벗은 엄마와 3살밖에 안 된 어린 아들이 창문 밖을 바라보며 한 생각이었다. 바깥 구경도 잠시, 총알 장전하는 소리가 멎었다. 남편이 준비를 마친 것이다.

"성민아, 너는 뒤돌아서 눈 감고 있어."

그는 나란히 서 있는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총구를 겨냥했다. 이윽고 일제 비비탄알이 모자를 향해 쏟아졌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어린 아들을 감쌌다. 총알이 닿는 순간순간 살이 터져나갔다.

"차렷! 차렷하라고!"

남편은 왜 저러는 걸까. 이번엔 무엇 때문에 화가 난 걸까.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고통 속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악마와의 결혼… 수시로 폭행·폭언, 어린 아들 12층 높이에서 매달기까지

고등학교 졸업 후 사진 관련 학과에 들어간 고희정(가명·46) 씨. 새내기 시절 참석한 술자리에서 동기 언니의 사촌 동생이라는 한 남자를 알게 됐다. 남편 박진식(가명·46) 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진식 씨는 그때부터 수년에 걸쳐 희정 씨에게 구애했지만, 별로 관심이 없었던 희정 씨는 이를 무시하고 대학 졸업 후 신문사에 입사해 광고 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그렇게 멀어지는가 했다. 그러나 희정 씨는 동기 언니의 첫째 딸 돌잔치에서 진식 씨와 또다시 맞닥뜨렸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걸까. 진식 씨는 희정 씨의 자취방, 고향 집까지 무작정 찾아가 열렬히 구혼했고, 마침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28살의 희정 씨는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무난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전혀 무난하지 않았다. 결혼식 직후부터 시댁의 손주 타령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라는 압박이 가해졌다. 이때 스트레스로 희정 씨는 어금니 2개가 빠졌다. 어렵게 들어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정도 컸지만 시댁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30살, 직장을 그만둔 그해 아들 성민(가명·17)이가 태어났다. 남편의 폭력적인 면모 또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남편은 당시 기술직 신입으로서 한참 상사에게 혼이 나며 일을 배우던 중이었다. 평상시 서바이벌, 보드 타기 등 취미 생활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결혼 이후 취미를 즐길 여유가 없어지자, 아내와 어린 아들에게 화풀이를 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일에도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반항하면 꼬투리를 잡아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희정 씨를 때렸다. 유리컵, 유리접시, 컴퓨터, 키보드 등을 던져 심심하면 벽에 구멍이 났다. 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집엔 일회용 종이컵만 있다.

어린 성민이 역시 폭력의 대상이었다. 남편은 3살밖에 안 된 성민이의 멱살을 붙잡고 12층 높이의 베란다 밖으로 매단 적도 있다. 성민이는 살기 위해 손톱에 피가 날 정도로 아버지의 팔을 악착같이 붙들고 허공에서 발버둥 쳐야 했다. 중학교 2학년 땐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완치가 아직 안 됐음에도 "너 같은 놈은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강요로 성민이는 억지로 유도와 주짓수를 배워야 했다. 결국 낙법을 배우는 중 척추를 크게 다쳐 그 이후 통증으로 인해 제대로 앉지 못해 서 있거나 누워서 지내야 하는 몸이 됐다. 지금도 성민이는 차량 탑승 시 흔들림으로 통증이 심해 차를 타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곳을 걸어 다닌다. 학교에서도 책상에 못 앉고 스탠딩 책상에서 선 채로 수업을 듣고 있다.

지속된 아버지의 학대로 성민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위클래스에서 심리상담을 받고 있으며, 희정 씨 역시 극심한 우울증으로 근처 정신과에서 약을 처방 받아 복용하고 있다.

◆고1 아들의 자살 시도… 경찰 수사 중인 남편 보복 걱정에 늘 불안

희정 씨는 남편의 보복이 무서워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다. 이혼을 하자니 손이 귀한 시댁에서 어떻게든 성민이를 뺏을 거란 생각에 그러지도 못했다.

그러다 끝을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사건이 지난 4월 발생했다. 성민이는 아파트 앞 화단에서 초등학생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는 새끼고양이를 주워왔다. 희정 씨와 성민이는 고양이를 깨끗이 씻기고 입양 절차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때 생각보다 일찍 귀가한 남편이 어디서 고양이 소리가 난다며 고양이를 찾기 시작했다. 위기감을 느낀 희정 씨는 곧 입양을 보낼 테니까 그냥 두라며 남편에게 호소했지만, 남편은 이를 듣지 않고 고양이를 벽에 던져버렸다. 고양이는 그 길로 몸이 터져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길바닥에 나앉더라도 더 이상 남편과 살 수 없다고 생각한 희정 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이러한 결심엔 15세 이상이면 부모 중 누구와 살지 아이의 의사를 물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한몫했다. 이후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남편은 협의 이혼으로 하자고 했다가, 소송 이혼으로 하자고 하는 둥 계속 말을 바꾸며 모자를 괴롭혔다. 이러한 상황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 성민이는 결국 자신의 손목을 긋고 말았다.

구급차와 함께 출동한 경찰이 가정폭력 정황을 포착해 사건으로 접수가 됐다. 남편은 현재 폭행, 특수협박, 재물손괴, 아동복지법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접근 금지 명령도 내려졌다. 모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남편 명의의 집 현관 앞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됐다. 경찰들이 오전 오후로 나눠 집 근처를 순찰하는 등 신변 보호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남편이 어떻게든 보복할 가능성이 있어 모자는 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남편이 모르는 곳으로 떠나 살고 싶지만, 20년 가까운 경력 단절로 수입이 없어 당장 생활도 어려운 상황에 새집은 그림의 떡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그 전까진 동행정복지센터에서 받은 긴급생계비 50만원으로 버텨야 한다. 모자보호시설을 알아봐도 자리가 없어 못 가고 있다. 최근 자리가 난 곳이 한 군데 있었지만,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엔 들어올 수 없다고 해 포기했다. 결국 희정 씨와 성민이는 끔찍했던 남편과 아버지의 흔적이 가득한 집에서, 언제 그가 보복하러 올지 불안해하며 지내야 하는 실정이다.

쳐다보기도 싫은 남편의 짐들을 조금이라도 치워보려고 방에 들어온 희정 씨. 개량된 서바이벌용 총기들과 방탄조끼, 군용 배낭들이 너저분히 쌓여있다. 희정 씨는 한때 자신과 아들을 향했던 총구의 끝을 응시하다 결국 고개를 숙였다. 욕지기가 치밀어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아들은 그런 어머니의 어깨를 말없이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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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수십년 떠돌이 생활하다 시작한 사업 실패해 30억 빚 생기고 대장암 3기 진단까지 받은 이덕호 씨에게 2,516만원 전달

수십년 떠돌이 생활 끝에 시작한 사업이 실패해 30억원의 빚이 생기고 대장암 3기 진단까지 받았으나 도움 받을 가족 하나 없는 이덕호 씨에게 2천516만9천14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우리중앙안과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서준교 5만원 ▷안현숙 5만원 ▷이서연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1만5천원 ▷최지원 1만5천원 ▷권오영 1만원 ▷가지영 5천원 ▷이장윤 2천원 ▷'나노김동현' 7만원 ▷'힘든시기힘되길' 7천830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잣집 천재 외동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모님 공장 망해 힘든 어린 시절 보내다 결혼·사업도 실패 후 갑상선암까지 걸린 신명석 씨에게 2,237만원 성금

부잣집 천재 외동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모님 공장이 망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다 결혼, 사업 모두 실패한 와중에 자신은 갑상선암, 어머니는 폐암·대장암에 걸린 신명석(매일신문 6월 13일자 10면) 씨에게 41개 단체, 160명의 독자가 2천237만9천55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 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정훈)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법무사 김태원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주)이구팔육(김창화)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마이앤트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프루스트(한유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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