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용 비리' 꼬리표 붙은 경북대, 언제까지 뒷짐만?

최근 2년간 국악학과, 음악학과, 국문학과, 사학과 등 채용 비리 의혹 봇물
경북대 "심사 교수 재량권 줄이는 방안 검토"…대학본부 차원 쇄신 필요하단 지적도

경북대 전경
경북대 전경

지역거점국립대인 경북대에서 교원 채용 비리 의혹이 2년 사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공정이라는 가치가 무색해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에도 대학본부는 '학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북대에 붙은 채용 비리 꼬리표

최근 경북대는 잇따른 교수 채용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년간 ▷국악학과 ▷음악학과 ▷국어국문학과 ▷사학과 등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채용 과정에서 심사 교수들은 내정된 후보자를 뽑기 위해 입맛대로 심사 기준을 바꾸거나, 후보자들 간 점수를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게 주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악학과의 경우엔 2021년 신규 교수 채용 당시 자교 출신 교수를 채용하려고 심사 기준을 변경해 채용 절차를 진행한 현직 교수 3명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들 중 2명은 지난해 11월 법원으로부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불거진 음악학과의 채용 비리 의혹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피아노 전공 신임 교수 채용과정에서 심사위원 9명 중 6명이 특정 후보자에게 만점 혹은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다른 후보자 2명에게는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신규 교수 채용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경북대는 채점 기준표 작성부터 학과와 단과대, 학교 본부의 심사 등으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의 채용 과정을 마련했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경북대는 부정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도 소극적이거나 안일한 태도를 고수하면서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2월 경북대는 국어국문학과의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채점을 거부한 교수들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했다. 당시 학교 측은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당 교수들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최근 법원은 이러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학본부가 감시·감독 책임 다해야"

잇따르는 채용 비리 의혹에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경북대도 채용 과정에서 심사 교수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상규 경북대 교무처장은 "심사 과정에서 정량 평가 비중은 늘리고, 정성 평가는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심사 교수들이 공정한 채용한 채용을 힐 수 있도록 안내를 철저히 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단순히 심사자의 재량권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채용 비리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을 것이란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의혹이 터져도 뒷짐만 지는 대학본부의 태도를 고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비정규직교수회 경북대분회장을 지낸 이시활 대학평의원회 의장은 "문제는 사전 예방이 아니라, 철저하고 엄격한 사후 조치"라고 강조한다.

이 의장은 "경북대의 채용 비리 문제는 10년 전부터 반복돼 왔다"며 "채용에 대한 논란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정말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에도 대학본부가 '학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인철 국공립대 교수노조 경북대지회장은 "심사 교수의 재량권을 줄인다는 건 대학본부의 감시·감독 책임을 교수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음악학과 채용 비리 문제만 해도 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에 여러 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다.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대학본부가 공정한 잣대로 관리하면 충분히 해결될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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