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리지웨이의 한국전쟁

매슈 B.리지웨이 지음/ 박권영 옮김/ 플래닛미디어 펴냄

1950년 전장을 순시하는 맥아더 사령관(오른쪽)과 리지웨이 사령관(가운데). 연합뉴스
1950년 전장을 순시하는 맥아더 사령관(오른쪽)과 리지웨이 사령관(가운데). 연합뉴스

올해는 한국전쟁(6·25 전쟁) 73주년이자, 정전 70주년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이자,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고통의 잔상이 남아있는 초유의 사건이다. 6·25 전쟁을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시각으로 조명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리지웨이라는 인물이 1967년 쓴 책을 번역해 출간된 한국어판이다.

지은이 리지웨이는 뛰어난 군인이자 전략가로 평가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전선에서 참전했던 그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23일에 교통사고로 순직한 미 제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중장의 후임으로 6·25 전쟁에도 참전했다.

그는 전격 해임된 더글라스 맥아더 원수의 뒤를 이어 제2대 유엔군사령관으로 임명돼 6·25 전쟁을 진두 지휘했다. 당시 중국 인민군의 인해 전술에 밀려 유엔군의 패색이 짙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맥아더 장군의 해임'이라는 악재까지 터져 절망적인 시기였다. 그러나 그는 강인한 카리스마와 과감한 전략 및 전술로 전세를 뒤집었고 결국 중공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우리나라를 지켜냈다.

6·25 전쟁은 전쟁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 간의 전쟁인 동시에 미국을 비롯한 유엔 회원국 16개국이 유엔군이라는 이름으로 한국군과 함께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서 싸운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 간의 전쟁이자 미·소에 의한 대리전이기도 했다. 여러모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닮아있다.

이 책은 6·25 전쟁을 놓고 평소 남과 북의 비극에 초점이 맞춰진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당시 세계사적 역학관계와 전쟁의 핵심 전력이었던 미군의 상황을 낱낱이 서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이 6·25 전쟁을 좀 더 거시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6·25 전쟁을 통해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지 자세하게 기록한 '한국전쟁 징비록(懲毖錄)'인 셈이다.

지은이는 치열했던 전투 과정을 비롯해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불개입한다는 애치슨 선언을 했다가 한국에서 전쟁이 벌어지자마자 즉각 개입하게 된 이유 ▷원자폭탄과 유엔 등으로 인해 전쟁 대비 태세가 빈약했던 당시 미국의 상황 ▷전쟁 초기 대한민국에 대한 미군의 인식 ▷맥아더 장군의 해임으로 촉발된 민·군 관계에 대한 논쟁 ▷어려웠던 정전협상 과정과 그 과정에서 한 치의 땅이라도 차지하기 위한 잔혹한 고지전 양상 ▷골치 아픈 전쟁포로 문제 등 우리가 잘 몰랐던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미국이 한국에서 어떠한 노력을 했고, 그 노력으로부터 우리가 어떤 교훈을 배웠는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355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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