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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랑] "대타 구했어?" 지적장애 아들 보살핌 받는 엄마의 좌절감

어린 시절부터 면역력 약해 잔병치레…출산 후 당뇨 증상 심해져
성치 않은 몸으로 지적장애 아들 치료·교육 힘쓰다 건강 더 악화
생활비·의료비로 쌓인 빚 7천만원, 아들 월급으로 고스란히 갚아

지난 23일 지적장애가 있는 장준재(가명·25) 씨가 카페에 출근하기 전 병원에 들러 어머니 임미양(가명·50) 씨의 안부를 살피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 23일 지적장애가 있는 장준재(가명·25) 씨가 카페에 출근하기 전 병원에 들러 어머니 임미양(가명·50) 씨의 안부를 살피고 있다. 윤정훈 기자

평생을 뼈와 살로 된 감옥에 살았다. 신장 질환이 임미양(가명·50) 씨 집안 내력이었다. 오남매 중 미양 씨만 그런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런데도 '나한테만 물려주셔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미양 씨는. 몸은 약해도 마음이 강했기에 하나뿐인 아들 장준재(가명·25) 씨가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을 때도 담담히 교육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은 혼자 버스를 타고 카페에 도착해 손님들 주문을 받고, 설거지를 하고, 박스를 나르고, 다시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수년에 걸친 노력으로 쟁취한 평범함이었다.

"이번 달에 벌써 2번이나 쉬었네. 대타는 구했어?"

"응…."

다리를 주무르며 아들이 대답했다. 저 소심한 성격에 대타를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혹시나 카페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있는 건 아닐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차피 아들은 아무 말도 안 할 게 뻔했다. 이젠 자신이 아들의 평범함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생각에, 강했던 마음마저 무너져 내렸다.

◆당뇨로 어린 시절부터 고생… 약한 몸으로 지적장애 아들 돌봐

미양 씨는 유독 몸이 약했다. 면역력이 약해 잔병치레가 끊이지 않고, 한번 걸린 병은 쉽게 낫지 않았다. 갈증도 쉽게 느껴 한 시간에 서너 번은 물을 찾았다. 당뇨 때문이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몸은 약했으나 근면·성실한 부모님 아래서 구김 없이 자란 미양 씨. 20살에 수도권 대학 문헌정보학과에 들어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관뒀다. 이후 중소기업 사무직으로 취직해 일하다가 28살에 아버지 친구의 아들이었던 2살 위의 남편을 소개받아 3개월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남편의 과묵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듬해 아들 준재가 태어났다. 준재 출산 후 당뇨 증상이 심해진 미양 씨는 당뇨 합병증으로 2011년 망막 수술, 2015년 혈관 수술을 받았다. 준재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신장 투석 치료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래도 아들은 사랑스러웠다. 아들 엄마는 고생깨나 한다는데, 준재는 남편을 닮아 조용하고 얌전했다.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준재가 좀 이상하다고, 아무리 해도 학습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검사를 진행했다. 지적장애 2급 판정이 나왔다. 성치 않은 몸이었지만, 미양 씨는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언어치료, 미술치료, 심리치료 등 보낼 수 있는 학원이란 학원은 다 보냈다. 세상의 다양한 면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아들을 데리고 연극, 공연, 미술품 전시도 많이 보러 다녔다. 숫자 세는 법, 시계 보는 법 등 수많은 생활 지식은 미양 씨가 손수 다 가르쳤다. 신발끈 묶는 걸 터득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지만, 미양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준재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턴 장애인부모회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준재 씨는 자신의 몫을 다 해내는 어른으로 자랐다.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취직한 지역 카페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지금까지 꾸준히 일하고 있다.

그러나 미양 씨는 그 감격을 온전히 만끽할 수 없었다. 아들 교육과 치료를 위해 간신히 버텨왔던 몸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어느 날 아침, 미양 씨는 갑자기 일어설 수가 없었다. 준재 씨가 집 근처 병원에서 빌린 휠체어에 미양 씨를 태워 병원으로 데려갔다. 당뇨 합병증으로 왼쪽 발의 뼈가 다 녹은 상태라고 의사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4번에 걸쳐 허리와 엉덩이에 있는 뼈를 발바닥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보험을 들어 놓은 게 없어 이 수술에만 거의 천 만원이 나갔다. 이외에도 평소 치료비만 60만원이 매달 들어가고 수술이라도 받은 달엔 간병비로만 하루 13만원이 나간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악화된 건강… 발·허리 수술로 앉지도 못해

그 이후에도 왼쪽 다리가 오른쪽에 비해 짧아져 미양 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 휠체어 신세를 너무 오래 졌던 탓일까. 이번엔 허리에 문제가 생다. 휠체어에 앉아 있지도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을 동반한 허리협착증이 발병했다. 이에 지난달 24일 지역 대학병원에서 엉덩이뼈를 빼서 척추 3번과 4번 사이를 늘리는 수술을 진행했다. 향후 협착이 진행되는 걸 조금이나마 막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의사는 말했지만, 다리 길이가 달라 그럴 수 없다. 허리 수술을 받은 뒤 집 근처 병원에 입원해 신장 투석 치료를 받고 있는 미양 씨는 운동은커녕 걷지도, 앉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을 누워서 보내고 있다.

몸의 고통도 괴로웠지만, 자신의 존재가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괴로웠다. 남편이 기술직으로 다니고 있던 전자제품 제조 공장은 미양 씨가 심하게 아프기 시작한 2019년에 베트남으로 이전하게 됐다. 아픈 아내와 장애가 있는 아들만 두고 떠날 순 없어 결국 공장을 관둬야만 했다. 퇴사 후 새 일자리를 구하려 했는데 하필 코로나19가 터졌다.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코로나 상황에 나이까지 많은 남편을 써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부터 한 작은 공장의 계약직으로 취직에 성공했지만, 그간 생활고와 미양 씨 의료비 관련으로 은행에서 빌린 7천만원의 빚이 생기고 말았다. 준재 씨가 카페에서 받는 120만원 남짓한 월급은 매달 이 빚을 갚는 데 고스란히 쓰이는 실정이다.

남편 또한 다리 연골이 다 닳아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지만, 수술을 받는다면 최소 6개월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아픈 몸을 이끌고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준재 씨가 카페 출근 전, 퇴근 후 매일 두 번씩 병원을 방문해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의사 얘기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준재는 의사의 말을 매번 녹음해 아버지에게 들려주고 있다. 부득이하게 간병인을 쓸 수 없는 날이나 입원 수속 등을 위해 서류를 떼와야 하는 날엔 월차를 내서 24시간 내내 미양 씨를 돌보기도 했다. 이번 달은 특히 그런 날이 많아 다음 달 월차까지 당겨 썼다.

오늘도 출근 전 어머니가 쓸 마스크를 사 들고 병원을 찾은 준재 씨. 미양 씨는 그런 아들의 두 손을 잡고 아침은 잘 먹었는지, 걷기 운동은 잘 했는지 물었다. 아버지를 닮아 과묵한 아들은 말없이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병마와 싸워야 할까. 알 수 없다. 엄마를 위해 기도해 달라는 마지막 부탁에, 아들은 두 손을 모아 조용히 기도를 올릴 뿐이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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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부잣집 천재 외동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모님 공장 망해 힘든 어린 시절 보내다 결혼·사업도 실패 후 갑상선암까지 걸린 신명석 씨에게 2,278만원 전달

부잣집 천재 외동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모님 공장이 망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다 결혼, 사업 모두 실패한 와중에 자신은 갑상선암, 어머니는 폐암·대장암에 걸린 신명석(매일신문 6월 13일자 10면) 씨에게 2천278만5천555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주)삼이시스템 10만원 ▷김호근 5만원 ▷강종수 3만원 ▷이서연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희숙 2만원 ▷신일성 2만원 ▷신종욱 2만원 ▷하현지 5천원 ▷이장윤 2천원 ▷'김나현쌤' 10만원 ▷'힘내세요명석씨' 4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남편으로부터 심각한 가정폭력 당하다 경찰에 신고했으나 언제 보복 당할지 몰라 두려운 고희정 씨에게 2,330만원 성금

남편으로부터 심각한 가정폭력을 당하다 최근 경찰에 신고했지만 언제 보복 당할지 몰라 두려워도 돈이 없어 이사 못 가는 고희정(매일신문 6월 20일자 10면) 씨에게 48개 단체, 189명의 독자가 2천330만3천46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정수철)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건천제일약국 10만원 ▷국민허만우(창성정공)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수협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신영메딕스(신문상) 10만원 ▷신영메딕스(신원상) 10만원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하삼동커피대구용산점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기업이전호세무사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김기욱사무소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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