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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복사-붙여넣기’…대구 서구의회 ‘해외연수 소감문 베끼기’ 논란

인터넷서 내용 긁어와…'공무국외출장 규칙' 조례도 안 지켜

대구 서구의회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서구의회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 서구의회의 해외연수 보고서가 공개된 가운데, 일부 의원이 신문 기사 등을 그대로 베껴 소감문을 작성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연이은 기초의회의 '부실 보고서' 사태에 관련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서구의회에 따르면 구의원 8명과 사무국 직원 5명 등이 예산 2천200만원을 들여 지난달 15일부터 20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이 중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은 도쿄, 교토, 오사카에 위치한 환경 시설 등을 방문했는데, 이들이 작성한 연수 보고서 중 일부 내용에서 '베끼기' 흔적이 발견됐다.

지난 28일 서구의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3년 대구광역시 서구의회 공무국외출장 결과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의원들 중 일부가 연수 소감문에 인터넷 뉴스 기사, 칼럼 등 기존 자료를 그대로 가져와 작성한 것이다.

왼쪽이 제주일보 보도, 오른쪽이 이규근 기획행정위원장이 쓴 보고서 내용. 윤수진 기자
왼쪽이 제주일보 보도, 오른쪽이 이규근 기획행정위원장이 쓴 보고서 내용. 윤수진 기자

이규근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은 '쓰레기 소각장이 동화 나라의 궁전으로 변신'이란 제목으로 5쪽 분량의 소감문을 작성했으나, 대부분이 신문 기사나 칼럼에 나온 내용을 붙여 넣은 것이었다.

이 위원장의 소감문은 마이사마 쓰레기 소각장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제주일보 '예술작품'이 된 쓰레기소각장의 변신'(2018년 10월 10일자) ▷세계일보 '소각장에 철학을 담아'(2022년 12월 1일자)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쓰레기 소각장, 더 이상 NIMBY가 아닌 PIMFY!'(2022년 9월 26일자) 내용의 일부 문단을 그대로 가져왔다.

특히 해외연수 보고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정에 접목할 사항'에서도 총 3문단 중 2문단을 인터넷 기사에서 그대로 가져왔고, 심지어 기사 속 공장장이 한 발언까지 똑같았다. '향후 의정활동 반영 사항', '시사점'은 서울신문에 실린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칼럼(2022년 10월 27일자)에 등장하는 두 문단과 일치했다.

이동운 구의원도 제목은 '자연환경과의 공생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마이시마 쓰레기 소각장에 대한 대구 서구의 적용방안 모색'이지만, 소감문 대부분의 내용은 기존 뉴스 기사의 '현황 자료'로 채워졌다.

이 구의원의 '관광명소와 교육장이 된 소각장' 항목은 연합뉴스의 르포 기사 '놀이시설 같은 일본 쓰레기 소각장'(2019년 5월 22일자)과 앞서 언급된 제주일보 기사 일부를 복사해 가져왔고, 'NIMBY가 아니라면 PIMBY'란 항목도 3문단 중 2문단이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의 기사와 내용이 똑같았다.

기존 자료를 그대로 쓰고 출처조차 밝히지 않은 것은 서구의회가 스스로 만든 조례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서구의회의 '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에 따르면 보고서는 "논문형식으로 작성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개조식"으로 할 수 있고 "지방자치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며, 그 활용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관련 통계·법령·문헌 등 구체적인 근거를 명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의원들은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규근 위원장은 "(해외연수 보고서를) 처음 쓰다 보니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봤다. 내용에 공감해 정리해서 썼는데 짜깁기 논란이 발생했다"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으며 앞으로는 좀 더 주의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이동운 구의원도 "관련 공부를 하며 해당 내용에 공감을 해서 인용한 것"이라며 "출처를 밝히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했는데 앞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다 적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4월 북유럽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북구의회도 '보고서 베껴쓰기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부실 연수 보고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중에 맞게 징계가 이뤄지고 윤리위원회나 해외연수 심사위원회 등이 제 기능을 해야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연수 보고서가 부실하거나 정책 연수 목적에 맞지 않을 때는 그 예산을 반납하거나 앞으로 연수 계획을 제한하는 조치가 있어야 (의원들이) 긴장하고 개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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