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生
2000년대 초 여럿 소녀들을 울렸던 영원한 하늘색 풍선 오빠들 가수 지오디와 한자 날 '생'? 이 두 단어가 뭐?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은 앞으로도 MMM을 꾸준히 봐야한다.
갓생. 신을 뜻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을 합친 말로,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다. MZ에겐 '쉼'도 사치다. 시간을 언제까지 허투루 쓸 것인가?
퇴근 후 매일 침대 위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SNS를 보며 히죽거렸던 MMM은 이 소식에 크게 반성했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MZ의 문화를 소개하는 트렌드세터답게 무려 7월 한 달간 'MMM의 장기 프로젝트–갓생살기'에 나섰다. 그런데 솔직 담백하게 고백한다. 갓생살기? 그거 어렵더라고. 실패인 듯 실패 아닌 실패 같은 갓생살기였는데… 지금부터 도대체 MZ들은 어떻게 갓생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MMM팀의 솔직한 갓생살기 후기를 들려주겠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열심히 살기
코로나19가 갓생살기에 기름을 부었다. 갓생살기가 차츰 유행처럼 번진 건 코로나19 시기를 겪었던 지난해였다. 당시 다수가 야외 활동에 제약을 받은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마저 타격을 입었다. 물가는 상승하고 취업은 도무지 안 되고…그렇게 좌절하는 청년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좌절만 하고 있을 것인가. 고립화된 일상 속에서 스스로의 삶의 규칙을 마련해야 하는 게 바로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었다. 한때 열풍을 불었던 'YOLO(You only live once·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만 주야장천 추구해선 남는 게 없다. 다시 우리의 일상생활을 회복하도록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이들이 늘면서 '갓생'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갓생살기 목록은 이렇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간단한 운동 또는 공부하기…즉 미라클 모닝, 아침 건강식 챙겨먹기, 주 4~5회 운동하기, 자격증 따기. 말만 들어도 고강도 하루인 것 같다. 그렇지만 뭐를 하더라도 재밌게, 의미있게 하는 게 또 우리 MZ세대 아니겠는가.
스터디 플래너를 사서 오늘 한 공부를 알록달록하게 형광펜과 스티커로 꾸며 SNS에 인증하는 '공스타(공부+인스타그램)'나 자신이 공부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같이 공부하는 '스터디 윗미'가 등장했다. 사실 이건 기본 중 기본, 갓생살기 빙고판까지 등장했다. 9칸의 빙고판을 만들어 각자가 살아갈 갓생 목록을 적은 뒤 목표 기간을 세워 빙고 완성에 나서는 것이다. 혼자 갓생살기에 지친 이들은 친구들과 갓생살기 빙고판을 공유해 함께 갓생에 도전한다.
어디 이것만 있겠는가. 수작업에 영 소질이 없다는 MZ는 디지털의 힘을 빌린다. 이미 오늘의 목표를 세운 뒤 달성 여부는 물론 인증샷까지 남길 수 있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도 숱하다. 심지어 이 기록을 바탕으로 월간 리포트까지 제시해 주는데 당장 갓생살기 해보고 싶은 욕구가 뿜뿜 솟아오른다.

◆갓생 참 어렵다…
그렇게 7월 한 달간 MMM의 갓생 살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MMM팀이 택한 갓생살기 방법은 빙고판 만들기. 각자 9개 칸의 갓생살기 빙고판을 완성한 뒤 단톡방에 공유했다…자자, 다들 각자 열심히 사시고 한 달 뒤에 봅시다잉~?
a month later....
갓생 후기를 들고 회의실에 모인 MMM. 하하하하하하하하. 그곳엔 멋쩍은 웃음소리만 가득했는데…주현, 헌재, 현정은 빙고 한줄 완성…연정은.......(이하 생략)
왜 이토록 처참한 결과가 나왔을까. 분명 다들 목표를 세우고 실행에 앞뒀을 땐 의욕이 넘쳤다. 우선 각자의 실행후기를 들어보자. 뭐가 제일 달성하기 쉬웠고, 어려웠나. 무엇이 방해요인이었나?


연정 = '밀림의 왕'인 나는 나를 못 믿기에 일단 목표 수행을 도와줄 앱을 깔았다. '오늘의 목표'는 목표 리스트 작성과 달성 여부, 인증샷 기록과 주간·월간 리포트를 제공해주는 앱이다.
당연히 어려웠던 건 어깨 펴는 운동 매일 5분 이상 하기였고, 의외로 어려웠던 건 하루에 물 1L 마시기였다.(ㅋㅋ)어깨 펴는 운동은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했어야했는데, 매일 자기 전에 아차! 하는 수준이었다.
하루에 물 1L 마시기는 처음 목표를 세울 때도 긴가민가했다. 1L짜리 통을 들고다니지 않는 이상 정량을 잴 수 없으니. 목표가 애매하니 물을 먹고자 하는 의지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논어 필사와 사설 필사, 입트영이 한꺼번에 겹치는 날이면 저녁 시간을 거의 포기해야 했다. 이 세 가지를 하는 데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 저거 하다가 중간에 잠깐 딴짓하면 그냥 밤 10시 돼있더라. 자기계발은 좋지만 하루에 하나씩 정도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더랬다.
돌아보니 12시 전에 잠들기가 가장 쉬웠다. 어느 날은 자기 전 20분 스트레칭과 12시 전에 잠들기 사이에서 고민하다 그냥 잠을 택한 날도 있었다. 모든 실패의 원인은 내일 하면 되지! 였던 것 같다.
이렇게 2주가 지나자 이게 무슨 갓생살기냐, 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 ▷비타민, 마그네슘 먹기 ▷입트영 DAY 하나씩 ▷커피 한 잔만 마시기 ▷자기 전 명상 듣기로 대대적인 수정에 들어갔다.
그나마 앱이 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목표를 모두 달성한 날도 생겼다. 일단 아침에 비타민 한 알과 마그네슘을 챙기니 자연스럽게 챙겨 먹게 됐다.


주현 = 평소에 해야지 마음을 몇 번씩이나 먹었어도 도무지 지켜지지 않는 것들을 이참에 습관화하자 싶어 갓생살기 목표로 정했다. 솔직히 한 달을 만만하게 생각했다. 고작 한 달 집중해서 열심히 살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목표를 무리하게 정한 것 같기도 하다.
달성이 쉬웠던 건 운동과 식단. 사실 이거는 평소에도 꾸준히 하고 있었기에 헬스나 닭가슴살, 프로틴 먹기 등 식단 지키는 건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단지 그동안 이 두 가지 루틴이 습관보다는 '강박'이 될 때가 있어 '건강한 내 몸 만들기'라는 목표 아래 운동과 식사를 습관화 시키고 싶어 갓생살기에 넣은 이유도 있다. 어쨌든 결과는 좋았다.
역시 어려운 건 공부다. 외국어 과외를 받고 있으면 뭐 하나. 복습을 해야 실력 향상이 될 텐데 매일 집에 오면 뻗어버리기 바빴다. 그렇게 매일 미루고 미뤘던 공부였지만 갓생살기에서도 난 미루기 바빴다. '내일 하지 뭐~'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고 그렇게 내일만 찾다보니 한 달이 끝나 있었다. 그리고 영양제 챙겨먹기. 무려 꼬박 챙겨먹으려 다이X에서 약통까지 구비했지만 매일 까먹기 일쑤.
어려웠는데 달성한 건 매일 일기 쓰기? 이거 진짜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장 일주일 전에 내가 뭐했는지도 문득 떠오르지 않는 나 자신을 보고 하루의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대신 목표를 거창하게 잡지 않았다. 스케줄러에 나와있는 달력에다가 간단하게 그날의 일, 그날의 기분과 생각을 적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한 달 뒤 일기장이 빼곡하게 변해있는 모습에 뿌듯했다.


헌재 = 나는 '갓생살기'를 '열심히 살기'로 치환해서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내가 부족한 것, 하고 싶지만 게을러서 하지 못한 것들을 '갓생살기'를 통해 마음 편하게 접근하려고 생각했다.
이러한 여러 요소를 고려해봤더니,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고, 해야 할 것이 '몸 관리'였다. 운동을 통한 가장 기본적인 관리부터, 음주와 야식을 줄이는 식단조절과 영양제와 비타민을 챙겨먹는 것까지 전부 다! 물론, '방청소', '1주일에 1번 이상 가족에게 안부 묻기' 등 다른 목표들도 넣었다.
내게 가장 쉬운 도전은 '몸관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일주일에 5번 이상은 어떻게든 운동을 했고, 관련해서 식단 조절도 같이 했다. 그런데, 동시에 가장 힘들었던 것이기도 해. 내가 했던 도전들 중 가장 횟수가 많기도 했고, 육체적으로도 큰 고통이 따르는 거였으니까...!
그리고, 또 어려웠던 건 '자기 전 30분 이상 휴대폰 보지 않기'. 밤에 눈이 말똥말똥하면 휴대폰을 보지 않고 그저 몸만 뒤척였다. 휴대폰에는 정말 너무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런 목적 의식 없이 그저 손가락 움직임 한번으로 자극적인 유튜브 '숏츠' 영상을 넘기고 있는 날 보면서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달간의 과정을 거치며, '영양제 챙겨먹기'는 정말 습관으로 잡힌 것 같다. 그동안 선물로 받은 각종 비타민, 밀크시슬, 오메가3 등이 방치돼 있었다. 매일매일 챙겨먹진 못했지만, 나름 시간을 잘 지키면서 섭취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직은 먹기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긴 좀 힘들다... 물론 친구들은 "비타민은 안 먹고 나면 티가 난다"라고 하긴 하더라!


현정 =우선 한 달 살기 목표는 평소 습관으로 만들고 싶지만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던 것들을 이번 기회에 달성해보고자 생활 습관 안에서 구성해보았다.
진행 과정을 날마다 체크하기 위해서 '마이루틴'이라는 플래너 어플을 활용해 수행 여부를 남겼다.
영양제 먹기의 경우 영양제별로 먹으면 좋은 시간대마다 알람을 설정해놓으니 까먹지 않고 쉽게 먹을 수 있었다. 요리의 경우 거창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배달음식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차려먹는 모든 것을 포함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달성했다. 특히 목표를 설정할 때 '주n회'처럼 구체적으로 설정할수록 매일 해야하는 부담도 없고 명확해지기 때문에 달성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반면, 실패한 목표들 중 아침 헬스장, 퇴근 후 잡지 공부 등은 언제 할지 정확한 시간대를 정해놓지 않아 다음날로 종종 미뤘다. 루틴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지속성'이었다. 시작 첫주에는 일찍 눈떠서 헬스장도 가고 퇴근 후 책상에 앉아 공부도 하는 등 정해놓은 모든 루틴을 지키려고 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오늘은 일하느라 힘들었으니까"라는 핑계로 하나씩 빼고, 미루더니 월말쯤 됐을 땐 서너 개의 목표도 겨우 지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습관으로 자리잡기까지 두달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끈기 있게 확실한 습관을 만드는게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다.
MMM팀의 성공‧실패 요인은 각기 다른듯하지만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우선 주3회 외국어 공부하기, 논어 필사, 아침 운동 등 과하게 목표를 잡거나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을수록 실패한다. 그리고 자기 전 30분 이상 휴대전화 보지 않기 등 목표가 '강박'이 될 때 갓생은커녕 힘든 삶이 된다. 대신 구체적이고 소박한 목표일수록 성공률이 높다. 소소하게 아침 기상 후 스트레칭, 간단한 일기, 요리하기 등이다.
한 달 갓생을 살면서 달고도 쓴맛을 본 MMM은 각자 갓생을 잘 살 수 있는 팁도 찾아냈다. 이렇게 하면 좀 더 쉽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데? 하는 방법들인데, 갓생살기에 도전하는 MZ독자들은 이를 참고하면 좋겠다.
연정 = 모든 갓생살기 목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금까지 그나마 잘 지키고 있는, 앞으로도 잘 지킬 수 있을 것 같은 목표가 바로 커피 한 잔만 마시기. 이전에 물 1L 마시기 목표를 제대로 지키기 못했는데, 오히려 커피를 하루에 한 잔만 마시자는 목표가 물을 많이 마시게 도와줬다. 물을 많이 먹자!는 목표보다 훨씬 효과적인데? 나중에는 큰 텀블러에 커피를 내려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시려는 요령이 생기긴 했지만 어쨌든 매일 하루에 커피 서너 잔을 마시고 물을 거의 안마시던 내게는 아주 의미가 큰 목표였다.
주현 = 갓생의 목표는 습관이지 강박이 아니라는 것. 학창시절에 억지로 공부하는거 진짜 싫었잖아. 갓생살기도 마찬가지다. 그저 이런 목표들을 무조건 해내야한다기보단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니 몸에 잘 배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해보는 거. 그렇기에 목표도 거창하게 잡지 말고 소박하되 구체적으로 잡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주 3회 중국어 복습을 매일 중국 드라마 한 장면 보기 등으로 말이야.
헌재 = 내가 생각한 갓생살기는 장점 투성이였다.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던 목표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한테도 "나 갓생살기 하고 있다"고 하면 "그런 것도 하냐"면서 핀잔을 주면서도, "뭐 어떻게 하는건데?"라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조금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좋은 기분이 드는 것도 매력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장점은... '혹시 실패하면 뭐 어때? 내일 또 시도하면 되는 거야.'라고 초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모두들, 실패하면 뭐 어때? 일단 해봐!"
현정 = '갓생살기'라는 목표 아래 한 달을 지내면서 지켜야 할 목표를 인지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하루를 주체적으로 보내는 기분이었다. 이른 기상에 실패했더라도, 내가 정한 다음 목표가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나아가는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과도하게 자신을 몰아세우거나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속도에 맞는 갓생 열풍은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이 될 것 같다. 나 또한 이번에 달성한 목표들은 확실한 습관으로 가져가고, 달성 못한 목표들을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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