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료 중단’ 정신질환자에 의한 흉악 범죄…‘사법입원’ 논의 재시동

법무부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비자의 입원 절차 완화될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증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모 씨가 5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당 흉기 난동 사건, 대전 교사 피습 사건 등의 범인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 복용을 끊은 정신질환자로 알려지면서 '사법입원'에 대한 논의가 다시 점화됐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치료·관리체계를 개선하는 한편, 이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히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치료 중단' 정신질환자 흉악범죄 잇따르자 법무부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최모(22) 씨는 중학생인 2015년부터 5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3년 전부터 치료를 중단했다. 그는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그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고 진술하는 등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지난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를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도 비슷한 경우였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았던 그는 입원은 물론 치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행 제도로는 정신질환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 의무적으로 진단을 받게 하는 시스템조차 없다"라며 "환자가 타인을 해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조기에 발견되지 못하고 방치된다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는 중증 정신질환자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음을 공식화했다. 법무부는 지난 4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 하에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후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非)자의 입원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까지는 보호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동의가 있으면 환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입원이 가능했어야, 현재는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한다.

◆의료계 "중증 정신질환 치료, 가족에게 부담 말고 국가가 책임져야"

의료계는 정부부처의 제도 변화 추진을 환영하면서도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성명을 통해 "피해망상이 (범행의) 원인으로 발표된 만큼 이러한 비극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의 인권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 사고가 증가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거듭 표명했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이송할 수 없고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환자를 설득하는 것밖에 없다"며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조현병학회는 이날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에 관한 성명서를 내고 조현병이 이번 범죄의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현병학회는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조현병 증상 때문에 범죄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조현병과 범죄가 관련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면 사회적 편견을 조장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치료를 더 기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