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제6호 태풍 '카눈'(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126㎞/h)이 한반도를 종단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지난 집중호우로 피해가 컸던 경북 북서부권이 태풍의 경로에 놓이게 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영주, 예천, 문경 등은 지난달 중순 쏟아진 물폭탄에 많은 인명, 재산 피해를 입었고 그나마 각계각층의 지원 등으로 응급복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재민 등이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는 등 호우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다.
유실된 도로 등 피해지역 및 시설 등에 소위 '붕대'만 감아놓은 상태에서 태풍 카눈이 또다시 비, 바람으로 폭격할 경우 산사태 등 취약해진 곳에서의 추가피해는 물론 피해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
9일 기상청이 예보한 태풍 카눈은 10일 새벽 제주 서귀포 성산 동쪽 130~140㎞ 해상을 지난 뒤 상륙해 같은 날 오전 9시 경남 통영 서쪽 30㎞ 지점에 이른 뒤 오후 3시 청주 남남동쪽 60㎞ 지점, 오후 9시 서울 동남동쪽 40㎞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를 남쪽 끝부터 북쪽 끝까지 내륙에서 종단하는 사상(1977년 이후) 첫 태풍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느리게 이동, 10일 하룻 동안 한반도에 머물며 강풍과 함께 물 폭탄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 경북도를 비롯해 경북의 시군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주민대피령, 휴교령 등으로 대책에 나섰지만 집중호우 피해를 겪은 경북 북서부권 주민들은 불안과 걱정에 휩싸여 있다.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펜션 1동과 집 일부가 훼손된 김옥순(71·예천군 효자면 명봉리) 씨는 "태풍으로 애써 복구한 시설들이 다시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복구도 복구지만 산사태로 깨지거나 찢어진 날카로운 나무들이 강한 바람에 날려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영주의 한 주민은 "지난 집중호우로 피해가 커 이제는 비만 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며 "일기예보를 보면서 태풍의 경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관통한다고 해 벌써부터 무서워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피해가 컸던 포항과 경주 등도 이번 태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항 냉천과 경주 호암천 재해복구사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피해가 덧보태지지 않도록 대비 중이다.
경북의 시군들은 산사태 우려 지역, 급경사지 등 재난 취약지역에 현장 관리관을 배치하고 취약시설물 안전점검에 나서는 등 비상체계에 들어갔다.
경북도는 예비특보 단계부터 한 단계 빠른 비상근무체계를 즉각 가동하고, 지하주차장, 반지하 주택 등 인명피해 취약지역 주민의 신속 대피를 위한 조력자 비상연락망 정비, 집중호우 시 산사태 우려지역 등 즉각 대피명령 및 경찰·소방의 협조로 선제적 대피 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하기로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태풍대처 상황을 점검하며 "인명피해가 한 명이라도 발생해선 안 된다. 시군에서 선제적인 행정명령으로 주민들을 강제대피 시켜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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